삼성과 SK 모두 선발투수를 일찍 끌어내리며 경기 흐름이 요동쳤다. 감독의 선택은 때로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 독이 된 빠른 교체
단기전의 정석은 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다. SK 이만수 감독은 선발 데이브 부시를 3회초 무사 만루에서 채병용으로 교체했다. 위기이기는 했지만 1-0으로 앞선 상황, 안타도 1개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채병용은 급히 마운드에 올랐고 밀어내기 볼넷과 안타, 홈런을 허용하며 6점을 내줬다.
삼성 류중일 감독도 투수를 빨리빨리 바꿔나갔다. 6-3으로 앞선 4회 차우찬을 투입했지만 홈런을 허용했고, 2사 1루에서 심창민을 이어던지게 했지만 폭투로 1점을 더 내줬다. 심창민은 1차전에서 위기를 넘겼지만 다음 이닝에서 연속 볼 6개를 던진 바 있다. SK 타자들은 1차전 상황을 잊지 않은 채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 약이 된 번트, 독이 될 뻔한 슬래시
SK가 5-7로 뒤진 6회말 무사 2루에서 이만수 감독은 왼손 투수 권혁을 상대로 왼손 타자 임훈을 그대로 밀어붙였다. 이 감독의 평소 스타일이라면 왼손에 강한 이재원을 대타로 기용해 강공을 노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2점 뒤진 상황이었고 기회가 왔을 때 동점 이상을 노려야 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임훈에게 1점을 얻기 위한 번트를 지시했다. 임훈이 기막힌 ‘푸시 번트’를 성공시켰다. 임훈은 “경기 초반 삼성의 번트 수비를 보니 1루수, 3루수가 전진하고 투수는 1루 쪽으로 움직였다. 3루 쪽으로 강하게 대면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근우의 적시타로 6-7로 따라붙은 무사 1·2루에서 박재상의 슬래시 작전은 또 실패, 하지만 안지만의 송구가 늦으며 병살타로 연결되지 않고 SK의 흐름이 9이어졌다.
■ 잃은 삼성, 얻은 SK
삼성은 단지 1패만 안은 게 아니라 차우찬, 심창민, 권혁, 안지만 등 필승 계투조가 모조리 무너졌다. SK의 타격감을 살려준 것도 부담이다. 류중일 감독은 “투수는 언제나 맞을 수 있다. 투수들을 여전히 믿고 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SK는 1·2차전에서 꽉 막혔던 ‘발야구’도 살아났다. 도루 2개를 성공시키며 삼성 배터리에게 부담을 더 안겼다. 부진했던 최정(4타수 3안타 2타점), 박정권(4타수 1안타 1타점 2득점)이 살아났고, 이호준이 마지막 타석에서 홈런을 터뜨렸다. 박희수의 건재를 확인한 것도 소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