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여성사령탑 GS칼텍스 조혜정 감독
2010 수원·IBK 기업은행 프로배구 준결리그 진출
“며칠 사이에 천당과 지옥을 오갔습니다.”
국내 프로스포츠 첫 여성사령탑인 조혜정 GS칼텍스 감독(57)은 31일 2010수원-IBK 기업은행컵 프로배구 준결리그 진출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그는 감독 데뷔전 첫승에 대해 “몬트리올 올림픽(1976년) 헝가리와의 동메달 결정전 이후 가장 긴장했다”면서 “30년만에 그때 그 기분을 경험한 것 같다”고 말했다. 28일 첫 경기에서 GS칼텍스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인 강호 현대건설을 3-0으로 완파했다.
기쁨도 잠시. 조감독은 바로 다음날 지난 시즌 최약체였던 도로공사에 2-3으로 지는 수모를 당했다. “현대건설을 이겨 짜릿함을 맛봤지만 프로 무대의 현실은 녹록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우리팀이 강팀에는 강하고, 약팀에 약한 것이 문제”라며 “오랜 시간 코트를 떠나 있다가 복귀해 뭔가 달라진 줄 알았지만 역시 기본기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졌지만 얼굴 표정이 어둡지 않았다. 선수의 마음을 꿰뚫고 있는 엄마 같은 감독 때문이다.
조 감독은 지난 4월 지휘봉을 잡은 뒤 코트에서 선수들과 호흡을 함께하다 발목 인대까지 다치는 등 열성을 보이고 있다. 조 감독은 특히 정종수 사장에 건의, 선수단 전원을 명지대 경기지도학과에 등록시켜 학업의 길을 터줬다. 선수들이 코트에서 환호성을 지르고 감독과 눈을 맞추는 큰 이유 가운데 하나다.
그는 “부모가 되고 아내가 된 후에 ‘배구선수였다’는 점은 추억에 불과하다”면서 “은퇴후 제2의 인생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한데, 학업도 그 일환”이라고 말했다.
조 감독은 “두 경기밖에 하지 않았지만 ‘생각하는 배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면서 “호쾌하고 공격적인 배구, 이길 수 있는 배구단 부터 만들겠다”고 말했다.
선수시절 164㎝ 단신에도 ‘나는 작은 새’로 불리며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한국 구기 사상 첫 동메달 사냥했던 조감독이 프로 첫 여성지도자란 타이틀을 뛰어넘어 우승컵을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