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새 천당과 지옥 오갔다”

2010.09.01 09:08 입력 2010.09.01 09:15 수정
수원|김창영 기자

국내 첫 여성사령탑 GS칼텍스 조혜정 감독

2010 수원·IBK 기업은행 프로배구 준결리그 진출

국내 1호 여성감독인 GS칼텍스 조혜정 감독이 데뷔전에서 배유나와 손가락을 마주치는 특유의 화이팅을 하고 있다. 스포츠포커스 제공

국내 1호 여성감독인 GS칼텍스 조혜정 감독이 데뷔전에서 배유나와 손가락을 마주치는 특유의 화이팅을 하고 있다. 스포츠포커스 제공

“며칠 사이에 천당과 지옥을 오갔습니다.”

국내 프로스포츠 첫 여성사령탑인 조혜정 GS칼텍스 감독(57)은 31일 2010수원-IBK 기업은행컵 프로배구 준결리그 진출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그는 감독 데뷔전 첫승에 대해 “몬트리올 올림픽(1976년) 헝가리와의 동메달 결정전 이후 가장 긴장했다”면서 “30년만에 그때 그 기분을 경험한 것 같다”고 말했다. 28일 첫 경기에서 GS칼텍스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인 강호 현대건설을 3-0으로 완파했다.

기쁨도 잠시. 조감독은 바로 다음날 지난 시즌 최약체였던 도로공사에 2-3으로 지는 수모를 당했다. “현대건설을 이겨 짜릿함을 맛봤지만 프로 무대의 현실은 녹록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우리팀이 강팀에는 강하고, 약팀에 약한 것이 문제”라며 “오랜 시간 코트를 떠나 있다가 복귀해 뭔가 달라진 줄 알았지만 역시 기본기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졌지만 얼굴 표정이 어둡지 않았다. 선수의 마음을 꿰뚫고 있는 엄마 같은 감독 때문이다.

조 감독은 지난 4월 지휘봉을 잡은 뒤 코트에서 선수들과 호흡을 함께하다 발목 인대까지 다치는 등 열성을 보이고 있다. 조 감독은 특히 정종수 사장에 건의, 선수단 전원을 명지대 경기지도학과에 등록시켜 학업의 길을 터줬다. 선수들이 코트에서 환호성을 지르고 감독과 눈을 맞추는 큰 이유 가운데 하나다.

그는 “부모가 되고 아내가 된 후에 ‘배구선수였다’는 점은 추억에 불과하다”면서 “은퇴후 제2의 인생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한데, 학업도 그 일환”이라고 말했다.

조 감독은 “두 경기밖에 하지 않았지만 ‘생각하는 배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면서 “호쾌하고 공격적인 배구, 이길 수 있는 배구단 부터 만들겠다”고 말했다.

선수시절 164㎝ 단신에도 ‘나는 작은 새’로 불리며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한국 구기 사상 첫 동메달 사냥했던 조감독이 프로 첫 여성지도자란 타이틀을 뛰어넘어 우승컵을 꿈꾸고 있다.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