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파노라마]‘오프사이드 전술’ 뒤바뀐 한·일

2003.04.01 18:36

어느 순간 수비진이 일제히 전진한다. 전방으로 뛰어들던 상대 공격수는 속절없이 함정에 빠진다. 수비는 싸우지 않고도 공격권을 빼앗는다. 축구에서 가장 매력적이면서도 논란이 분분한 수비전술을 꼽으라면 오프사이드 트랩을 들 수 있다.

오프사이드 트랩은 상대의 공격기회 자체를 일거에 원천 봉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효과는 다른 어느 전술에 비할 수 없다. 오프사이드를 둘러싼 수비와 공격수 사이의 팽팽한 긴장은 일종의 ‘스핑크스의 퀴즈’와도 같다. 퀴즈를 풀지 못하면 공격이 죽는다. 반면 퀴즈를 푸는 순간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잡을 수 있다.

효과만큼 위험부담도 큰 오프사이드 트랩은 고도의 전술적 운용력을 필요로 한다. 수비수들간의 호흡과 타이밍, 경기흐름을 읽어내야 하는 집중력이 필수적이다.

오프사이드 트랩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대표적인 감독이 트루시에 전 일본대표팀 감독이다. 트루시에는 ‘플랫스리’라는 1자 스리백을 최대한 전진시켜 상대 공격수들에게 끊임없이 부담을 가하는 극단적인 오프사이드 트랩을 즐겨 사용했다. 스피드와 파워가 떨어지는 일본축구의 약점을 트루시에는 ‘플랫스리’로 어느 정도 보강할 수 있었다.

오프사이드 전술은 양날의 칼이다. 잘 쓰면 약이지만 잘못 쓰면 곧바로 비수가 돼 꽂힌다. 트루시에와는 달리 오프사이드 전술의 부정적인 측면을 들여다보고 보다 안정적인 시스템을 운용한 감독이 바로 히딩크 전 한국대표팀 감독이다. 그는 오프사이드 트랩에 대해 “위험을 감수하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이런 한·일 전 감독의 차이가 감독 교체후 정반대로 뒤바뀌었다.

트루시에의 뒤를 이은 지코 일본 감독이 히딩크 노선으로 돌아선 반면 코엘류 한국 감독은 오프사이드 전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상대방의 공격을 사전에 차단하는 중요한 전략적 무기”라는 게 오프사이드 트랩에 대한 코엘류의 시각이다. 실제로 콜롬비아전에서 한국은 전후반 모두 8개의 오프사이드를 잡아내며 콜롬비아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우루과이전에서 일본이 잡아낸 오프사이드는 단 2개. 수비에서 전술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한·일축구가 16일 한·일전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궁금하다.

〈유형렬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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