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일 “마지막 기회란 생각에 무리수”

2009.09.01 23:48 입력 2009.09.02 09:50 수정

“마지막 기회란 생각으로 무리수를 뒀다.”

1일 파주 축구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 입소한 김남일(32·빗셀 고베)의 눈은 멍이 들고 코는 부어올라 있었다.

축구대표팀 김남일(빗셀 고베·오른쪽)과 설기현(풀럼)이 1일 호주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경기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파주 | 김영민기자

축구대표팀 김남일(빗셀 고베·오른쪽)과 설기현(풀럼)이 1일 호주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경기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파주 | 김영민기자

김남일은 지난달 29일 우라와 레즈와의 경기에서 공중볼을 다투다 상대선수의 머리에 맞아 코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당했다. 5일 열리는 호주와의 평가전 대표로 뽑힌 지 이틀 만의 불운이었다.

주변에서 경기에 나서는 건 위험하다고 말렸지만 1년여 만에 주어진 태극마크를 놓칠 순 없었다. 김남일은 안면 보호대를 주문한 후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김남일은 1일 입소 후 연 기자회견에서 “의사가 ‘선수 의지가 강하다면 뛰어도 된다’고 했다”며 “몸을 던질 각오가 돼 있었기에 무리수를 뒀다”고 말했다.

김남일은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진공청소기’란 별명을 얻으며 히딩크호의 황태자로 떠올랐다. 이후 김남일은 핌 베어벡 감독을 거쳐 허정무 감독 초기인 지난해 9월까지 부동의 미드필더로 자리했다. 주장 완장도 그의 몫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북한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을 뛴 후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했고 주장 완장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넘어갔다.

김남일은 “솔직히 말해 축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힘든 적도 있었다”고 그간의 심경을 밝혔다. 하지만 그는 “한 번은 기회가 올 것이라 믿었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대표팀 경기를 보면서 내가 들어가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했다”며 “나의 무기는 언제나 화려함보다 성실함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김남일의 자리에는 김정우(성남)-기성용(서울)에 조원희(위건)까지 버티고 있다. 김남일은 “지금까지 후배들이 특별한 약점을 지적할 게 없을 정도로 잘해줬다”고 인정했다. 그는 “베테랑으로서의 모습을 후배에게 보여주겠다”며 “목표는 최종엔트리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 감독은 김남일까지 가세한 중앙 미드필더의 경쟁 구도에 흡족해 하고 있다. 허 감독은 “김남일은 경험이 풍부하고 기량도 뛰어나다. 현재 있는 선수들과 시너지효과를 낸다면 언제든 환영한다”고 밝혔다. 허 감독은 “이번 한 번만으로 평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일은 1일 오전 트레이닝센터에 입소하면서 “예전에는 내 집처럼 드나들던 곳인데 오늘은 낯선 느낌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랜만에 만난 동료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김남일은 기자회견 후 다른 해외파 9명과 함께 시차적응을 포함한 간단한 훈련을 받았다.

<파주 | 조미덥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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