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만 남긴 한·일전 ‘대형 현수막’

2013.07.29 22:21

붉은악마, 철거 반발 응원 멈춰

“응원 않는 건 존재 부정” 여론

일본엔 정치적 시빗거리 제공

붉은악마가 동아시안컵 일본전에서 잠시 내걸었다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철거당한 대형 현수막 문구가 논란을 불렀다.

일본 정부는 서울에서 지난 28일 열린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한·일전에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문구를 담은 대형 현수막이 한국 응원석에 걸린 데 대해 “극도로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29일 기자회견에서 “국제축구연맹(FIFA)은 응원 시 정치적 주장을 금지하고 있다”면서 “사실관계가 분명해지면 FIFA 규약에 근거해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이니 구니야 일본축구협회 회장도 대회 주최 측인 동아시아연맹에 항의문을 제출했고 산케이·요미우리 등 일본 언론도 일본의 역사인식 문제를 비판하는 문구와 이순신 장군·안중근 의사의 대형 얼굴 현수막이 관중석에 펼쳐진 데 대해 “응원 시 정치적 주장을 금지한 FIFA 규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붉은악마 응원단이 한국과 일본의 2013 동아시안컵 축구대회가 열린 지난 28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 이석우 기자

붉은악마 응원단이 한국과 일본의 2013 동아시안컵 축구대회가 열린 지난 28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 이석우 기자

붉은악마는 일본전 후반부터 응원을 거의 하지 않았다. 붉은악마 측은 응원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준비해간 대형 걸개를 축구협회가 강제로 철거했기 때문”이라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밝혔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신채호 선생의 말이다. 협회는 이 문구가 정치적인 메시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해 하프타임에 철거했고, 이에 붉은악마가 응원 보이콧으로 대응한 것이다.

특정 문구가 축구장에서 정치적으로 해석되면서 곤욕을 치른 사례는 1년 전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3·4위전 직후 나온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를 들 수 있다. 박종우는 당시 관중으로부터 ‘독도는 우리 땅’이 적힌 종이를 받아 들었다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메달을 받지 못할 뻔했다. 당시 문구는 엄연한 사실이었지만 그걸 일본과 IOC가 정치적인 의미로 해석한 데서 논란이 생겼다. 이번 일본전에서 붉은악마가 내건 문구도 일본이나 FIFA가 보기에는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축구협회는 일단 “붉은악마 플래카드 문제에 대해 따로 다룰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괜히 먼저 논란을 일으키기보다는, 일본의 공식 항의가 제기되면 대처하겠다는 의미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상황이 어쨌든 붉은악마는 응원을 무조건 끝까지 열심히 한 뒤 문제를 제기했어야 한다”면서 “응원을 하지 않은 건 붉은악마가 스스로 자기 존재 의미를 부인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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