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헛발질’ 제 발 저렸나… 블라터 사퇴 배경과 향후 FIFA

2015.06.03 21:28 입력 2015.06.03 21:51 수정

측근 체포·수사망 좁혀오자 투항

연임 제한 등 내부 개혁 예고

후임에 플라티니·정몽준 등 거론

스위스 현지시간으로 2일 오후 5시. 국제축구연맹(FIFA) 출입기자들은 FIFA로부터 긴급 기자회견 소식을 듣고 취리히에 있는 FIFA 본부에 몰려들었다.

그러나 약속된 시간이 지나도 FIFA는 기자회견을 시작하지 않았다. 무슨 내용이 발표될지 모르고 대기하던 기자들은 30분 뒤 단상에 놓여 있던 FIFA 고위 인사들의 명패가 치워지는 것을 보고 더욱 의아해했다.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3일 전격 사퇴를 선언했다. 지난달 30일 5선에 성공한 뒤 불과 4일 만이다. 블라터가 2005년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06 피파 독일 월드컵 D-365 행사에서 헛발질을 하고 있다. 뮌헨 | AP연합뉴스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3일 전격 사퇴를 선언했다. 지난달 30일 5선에 성공한 뒤 불과 4일 만이다. 블라터가 2005년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06 피파 독일 월드컵 D-365 행사에서 헛발질을 하고 있다. 뮌헨 | AP연합뉴스

회견은 정해진 시간보다 45분 늦게 시작됐다. 평소 당당하고 자신있는 표정과 어투를 과시하는 제프 블라터 회장이 초췌한 모습으로 나타나 힘없는 목소리로 사퇴 결정을 알리자 기자들은 어리둥절해하면서도 일제히 기사를 긴급 타전하기 시작했다. 한국시간으로 3일 오전 2시가 다 돼 갈 무렵이었다.

AP를 비롯한 세계 유수 통신사와 영국 BBC 방송, 유력 일간지 가디언 등은 블라터의 사퇴 소식을 전하며 왜 그가 연임이 결정된 이후 불과 4일 만에 스스로 물러났는가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달 30일 FIFA 총회에서 5선에 성공한 블라터는 209개 회원국 대표 앞에서 함박웃음을 지으며 “렛츠 고 FIFA, 렛츠 고!”를 외쳤다. 나흘 뒤 전격 사퇴를 발표할 이의 모습은 결코 아니었다.

BBC는 “막후에서 뭔가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게 틀림없다”면서 “미국 수사당국의 압박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블라터가 사임을 밝힌 직후 미국 ABC, AP, 뉴욕타임스 등은 일제히 “미국 FBI(연방수사국)와 연방검찰이 블라터를 직접 수사 대상에 올리고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IFA 회장 선거가 있기 이틀 전인 지난달 28일 취리히에서 FIFA 부회장 2명을 비롯한 고위 임원 7명을 체포해 넘겨받은 FBI가 그간 수사를 통해 블라터가 직접 뇌물 스캔들에 연루돼 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는 이야기다.

2010년 월드컵 유치 경쟁 당시 남아공으로부터 FIFA 계좌를 거쳐 세탁을 한 뒤 잭 워너 전 부회장에게 넘겨진 1000만달러(약 110억원)의 ‘뇌물 자금’ 거래가 블라터의 최측근인 제롬 발케 사무총장의 지휘 아래 이뤄진 것을 증명하는 서한도 이날 남아공에서 공개돼 블라터를 더욱 궁지에 몰아넣었다.

일부에서는 유럽축구연맹(UEFA)이 블라터 집권 연장에 반발해 월드컵 보이콧 의사를 보이고, 일부 집행위원들이 사퇴하는 등 갈등이 지속된 것도 고령인 블라터의 힘을 빼게 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블라터가 사퇴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FIFA는 오는 12월부터 내년 3월 사이에 열릴 것으로 예정된 임시총회를 통해 새 회장을 뽑게 된다. 현 집행부가 통제력을 상실했다는 지적과 보도가 잇따르고 있지만 블라터는 차기 회장이 뽑힐 때까지 회장직을 유지할 예정이다. 블라터는 선거과정을 주관하며 자신에게 유리한 후보가 회장이 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 회장 후보로는 미셸 플라티니 UEFA 회장과 최근 선거에서 블라터에게 패배한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 축구 스타 출신 루이스 피구, 제롬 발케 현 사무총장, 이사 하야투 아프리카축구연맹 회장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블라터 회장과 대립각을 세우다 FIFA 부회장직을 잃었던 정몽준 전 대한축구협회장도 이날 “FIFA 개혁에 도울 일이 있으면 도울 것”이라며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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