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박 17년, 손꼽아 기다린 헹가래…울산 ‘한’을 풀었다

2022.10.16 22:11 입력 2022.10.16 22:12 수정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이 16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강원FC전에서 승리해 우승을 확정한 뒤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다. 춘천 | 연합뉴스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이 16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강원FC전에서 승리해 우승을 확정한 뒤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다. 춘천 | 연합뉴스

강원에 선취골 내주고 끌려가다
엄원상 동점골·아담 역전골 폭발
라이벌 전북 제치고 ‘K리그 우승’

김영권·엄원상 영입 등 투자 결실
만년 2인자 설움 날리고 ‘챔피언’

길고 긴 인내의 세월은 지났다. 만년 2인자의 설움을 겪던 울산 현대가 17년 만에 우승컵을 되찾았다.

울산은 16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K리그1 37라운드 강원FC 원정에서 먼저 골을 내줬으나 엄원상과 마틴 아담의 연속골을 묶어 2-1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승점 76점을 확보한 울산은 최종전 결과에 상관없이 5년 연속 우승팀인 2위 전북 현대의 추격을 따돌리며 2005년 이후 처음이자 통산 세 번째 우승을 확정했다.

울산은 초반부터 맹공을 펼쳤으나 강원 골키퍼 유상훈의 선방에 막혔다. 오히려 후반 20분 강원 김대원의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내줬다. 울산은 후반 29분 이명재가 높이 올려준 공을 마틴 아담이 백헤더로 연결하자 골지역 오른쪽으로 침투하던 엄원상이 오른발 발리슛을 날려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후반 40분 이규성이 왼쪽에서 올린 코너킥을 골대 반대편의 김기희가 헤딩 패스로 문전으로 연결하자 아담이 문전으로 쇄도하며 몸으로 밀어 역전골을 넣어 우승에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 3년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던 울산의 이번 우승은 아낌없는 투자가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지난해 홍명보 감독이 부임하면서 더 많은 투자를 약속했던 울산은 과감하게 지갑을 열었다.

울산은 고질적인 수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국가대표 수비수 김영권을 데려온 것을 시작으로 전방위에 투자했다. 이적시장 최대어로 관심을 모았던 엄원상의 영입은 우승을 결정지은 신의 한 수로 평가받는다. 광주 시절 직선적인 플레이만 고집하던 ‘치달(치고 달리기)’ 전문으로 불렸던 그는 섬세한 인사이드 공략과 정교한 슈팅을 곁들여 13골(5도움)을 터뜨리는 해결사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임대로 데려온 두 외국인 선수 아마노 준(9골·1도움)과 레오나르도(11골·4도움)까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울산이 홀로 선두를 질주하다보니 선수들의 체력 부담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9월 꼴찌인 성남FC전에서 패배하자 찬 바람이 불면 힘 빠지는 울산의 ‘가을 잔혹사’가 부각되기도 했다.

다행히 울산은 위기를 극복할 힘이 있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데려온 아담이 그 주인공이다. 헝가리 국가대표 공격수 아담은 우승의 고비로 지목된 지난 9일 전북전 2골과 강원전 결승골을 포함해 9골을 터뜨렸다. 이젠 더 이상 최전방 공격수가 고민이 아니게 됐다.

울산 선수들이 가슴에 품은 한도 우승의 원동력이었다. “성적만 빼고 완벽하다”(이청용), “군대에서도 꿈에 나온 우승”(박용우) 등을 쏟아낸 선수들의 각오는 구단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푸른 파도>를 통해서도 잘 드러났다. 이청용은 “자랑스럽고 큰 의미가 있는 우승”이라면서 “모든 구성원이 최선을 다해서 만들어낸 결과”라며 웃었다.

현역 시절 최고의 수비수였던 홍명보 감독의 리더십도 빛났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와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로 유명한 그는 울산의 지독한 한까지 풀어내면서 ‘10년 대운설’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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