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서울의 기적으로 막열었다”

2002.06.01 18:16

12년만에 재연된 월드컵 개막전의 대이변. 세네갈이 월드컵 2연패를 노리던 축구강국 프랑스를 누르자 세계 각국은 벌집을 쑤셔놓은 듯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프랑스 국민들은 “벼랑에 몰렸다”며 부상당한 지네딘 지단의 복귀를 갈망했고, 아프리카 대륙에선 “세네갈을 닮자”며 흥분과 감동의 물결이 이어졌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세네갈의 승리를 1960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할 당시와 비교하면서 개막전을 비중있게 소개했다. 세네갈 선수들은 자신의 승리를 ‘부모를 이긴 자식들’로 표현했다면서 “세네갈은 작은 나라이지만 우리는 위대한 국민”이라고 호기를 부리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가디언은 “개막전에서 패하고 월드컵을 차지한 팀은 역사상 한차례도 없었다. 아마도 이 기록은 21세기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독일의 쥐트도이체 차이퉁도 “세네갈의 승리는 최소한 축구계에 국한된다 하더라도 세계적인 충격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프랑스는 볼 지배율은 높았지만 앙리와 트레제게를 앞세운 공격이 상대의 견고한 수비에 막혔고 골운도 따르지 않았다”면서 “지단의 결장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닛칸스포츠도 “한국과 일본이 공동개최하는 월드컵이 대파란과 함께 막을 올렸다”며 “지단의 부재로 프랑스라는 왕국이 붕괴됐다”고 전했다. 스포츠호치는 “21세기 최초의 월드컵이 아프리카세의 대표 세네갈에 의한 ‘서울의 기적’으로 막을 열었다”고 말했다.

○…프랑스 언론의 반응은 냉담했다. 프랑스의 르몽드는 “프랑스가 8강에 진출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프랑스 대표팀은 세네갈의 도발적인 공격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으며 역대 최고로 허약한 전력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지단의 결장은 프랑스 대표팀의 오케스트라와 같은 조직력을 이끌어내지 못해 가히 공포스러운 결과를 가져왔다고 전했다.

스포츠전문지 레퀴프는 “서울에 천둥이 내리쳤다. 한국에서 물벼락을 맞았다”면서 “작년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따온 우승컵이 가장 최근의 영광이 될 것”이라며 이번 대회 우승 가능성을 낮게 봤다. 르 피가로도 “러시아, 벨기에, 한국과의 평가전에서 보여주었던 형편없는 경기에 대한 의혹을 확인시킨 ‘재앙적인’ 시작”이라고 혹평했다.

○…98 월드컵 결승에서 프랑스에 0-3 치욕적 패배를 당했던 브라질의 축구팬들은 프랑스가 개막전에서 세네갈에 일격을 당하자 ‘고소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브라질 일간지 폴하 데 상파울루는 “세네갈이 프랑스에 수모를 안겨줬다”면서 “1998년 브라질이 하지 못한 일을 해낸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아프리카의 사자(세네갈)뿐 아니라 호랑이, 얼룩말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동물들에게 성원을 보내자”며 아프리카 팀들에 대한 호감을 표시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선수들은 2일 부산 파라과이전에 앞서 “세네갈이 세계 최고 전력의 프랑스를 눌렀다면 우리들은 남미의 강호 파라과이를 반드시 꺾을 것”이라면서 “올해는 아프리카의 해가 될 것”이라고 승리를 자신했다.

○…베트남 국민의 절반이 넘는 4천만명이 월드컵 개막전을 시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영 베트남TV는 “이번 월드컵은 베트남인들이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을 신문이 아닌 TV를 통해 보는 역사적인 순간”이라면서 “인구의 절반이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프랑스와 세네갈의 개막전을 지켜보았다”고 전했다. TV 시청이 불가능한 산간벽지를 빼고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개막전을 지켜본 것.

하노이의 문화궁전에서는 코카콜라와 JVC가 공동으로 대형TV를 걸어놓고 개막축하쇼를 벌였으며 무역전시장에서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설치한 600인치 프로젝션TV 앞에 팬들이 몰려들어 경기를 지켜봤다.

○…세네갈이 ‘주술의 신통력’으로 프랑스를 꺾었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 LA타임스는 아프리카의 세네갈·나이지리아·카메룬·남아공 4개국 대표팀이 감독과 코치 외에 팀고문 자격의 주술사들과 항상 함께 다닌다고 보도. 주술사들은 게임 전략에는 관여하지 않지만 경기장에 부적을 뿌려 승리를 기원하고 상대팀이 슛한 공이 빗나가도록 골포스트에 ‘마술의 약’을 바르는 역할을 하는데, 이번 개막전 이변도 주술사의 주문에 따라 나온 결과라는 것. 이집트 카이로에 본부를 둔 아프리카축구연맹은 이번 월드컵에서 아프리카의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주술사 동반을 금지하도록 결정했으나 아프리카 4개 출전팀은 주술사들을 데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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