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표는 없다” FIFA 공언했지만…경기장 앞에선 220만원 부른 티켓이 팔렸다

2018.06.17 21:19 입력 2018.06.17 21:21 수정

2018 러시아 월드컵 아르헨티나와 아이슬란드의 D조 1차전이 열린 지난 16일 러시아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은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사람들로 붐볐다. 아르헨티나가 자랑하는 골잡이 리오넬 메시(31·바르셀로나)의 출전이 예고된 데다 첫 월드컵 참가에 잔뜩 기대를 건 아이슬란드인들이 뒤섞여 북새통을 이뤘다. 티켓은 6개월 전에 매진됐다. 마음이 급한 팬들은 현장에 나와 ‘티켓을 산다’는 손팻말을 들고 발을 동동 굴렀다. 이들에게 암표상이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당초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번 대회부터 경기 티켓과 구입자를 연동시키는 팬 ID를 도입해 2차 거래(암표)가 사라질 것이라 공언했지만 현장은 달랐다. FIFA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한 조별리그 입장권 가격은 등급에 따라 105달러(3등석·약 11만원)에서 210달러(1등석·약 23만원)까지 가격이 달랐지만, 암표상들은 무조건 500달러(약 55만원)부터 불렀다. 가격은 점점 높아져 ‘황제석’으로 불리는 VIP 입장권(호스피털리티 프로그램)은 무려 2000달러(약 220만원)에 거래됐다. 현장에서 만난 축구전문 여행사 ‘투어일레븐’의 김태훈 대표는 “차라리 VIP 입장권은 원래 1500달러에 판매된 티켓이니 암표를 사도 아깝지 않은 편”이라며 “일반 티켓이 1000달러(약 110만원)까지 가격이 오르는 것도 봤다”고 말했다.

월드컵에서 암표상이 등장한 것은 팬 ID를 중심으로 구축된 보안 시스템에 허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FIFA는 한 사람이 한 경기에 최대 4장의 티켓을 구매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하지만 팬 ID 발급에 사용된 1장을 뺀 3장은 입장자의 이름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러시아 정부에선 2차 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적발 시 벌금을 150만루블(약 2600만원)까지 올렸지만 암표상들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

지난 15일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맞붙은 소치 피시트 스타디움에선 일부 좌석이 빈 사태가 일어났다. 흑해 연안 도시인 소치가 모스크바에서 멀긴 하지만 월드컵 조별리그 48경기에서 가장 관심으로 끌었던 터라 놀라운 일이었다. 이날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열린 우루과이-이집트전에도 3만2278장의 티켓이 팔렸지만, 정작 입장한 관중은 2만7015명에 그치는 무더기 ‘노쇼’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FIFA는 “판매된 티켓과 입장 관중이 다른 것은 분명히 문제”라며 “이 문제를 철저하게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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