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새책

단 한번도 비행기를 타지 않은 150일 간의 세계일주

2011.03.01 21:25 입력 2011.03.02 13:59 수정
이로사 기자

단 세계여행을 떠나다 화물선에 몸을 싣고 | 세스 스티븐슨

자유기고가인 저자는 워싱턴 DC에서 변호사 여자친구 레베카와 함께 안락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다 문득 인생에 뭔가 빠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일을 때려치우고 화물선을 타자!”고 서로에게 농담을 한다. 농담을 하는 횟수는 점점 늘었고 점점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으며, 얼마 후엔 농담을 하고 있는지조차 확실치 않게 된다. 이들은 집도 차도 일도 편안한 삶도 모두 버리고 세계일주를 하기로 마음먹는다. 규칙은 두 가지. 모든 경선과 적도를 통과할 것. 비행기는 절대로 타지 않을 것. 저자는 “내 생각에 제트 여객기를 타는 것은 여행이 아니다. 그건 그냥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순간이동하는 것이다” 라고 말한다. 이들은 “마누라가 주말 여행에 가져가는 것보다도 작은” 배낭을 메고 화물선에 올라 세계일주를 시작한다.

비행기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흥미롭다. 그는 ‘정신적 전이’를 말한다. 지구 표면을 직접 접하는 여행은 우리가 소화한 거리를 뼛속 깊이 느끼게 해 주고 서서히 새로운 맥락에 익숙해질 수 있게 하지만, 공항에서 공항으로 순간이동을 하면 이런 종류의 가치 있는 정신적 전이를 얻을 수 없다. “물리적으로는 적도에 있지만, 감정은 적도에 대한 실감나는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에 가깝다”는 것이다. 저자는 웃기는 데도 소질이 있다.

생생한 여행기는 재미있고, 읽고 나면 집단검색에 인권유린 없는, 비행기 안 타는 여행을 꼭 한번 해보고 싶어진다. 문고판 크기의 판형과 디자인도 인상적이다. 여행갈 때 포켓북으로 들고 다니며 읽기 좋을 것 같다. 원제는 Grounded. 윤미나 옮김. 1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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