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심사평- 서사 없는 독백… 끝내 당선작 못내

2007.12.31 16:40

심사위원 임철우·윤대녕

심사위원 임철우·윤대녕

예심을 거쳐 최종심에 올라온 작품은 모두 9편이었다.

9편의 작품을 여러 번에 걸쳐 정독하는 동안 온갖 상념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일단 이야기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작품이 보이지 않았기에, 내심 우려와 함께 조금씩 기대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 소재의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응모작들이 소설의 형태를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서사의 절박함은 그만두고라도 거의 모든 작품이 인터넷 블로그 형식의 독백 수준에 머물고 있었다.

어떻게든 당선작을 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선자들은 면밀히 작품을 재검토했다. 그 과정에서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 말자는 얘기까지 나왔다. 최종적으로 논의된 작품은 ‘나는 물의 흔적을 사랑한다’ ‘불쾌한 쾌락’ ‘달팽이껍데기’ 등 3편이었다. ‘달팽이껍데기’는 상처에 집착하는 두 인물을 등장시켜 의식이 분열돼 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소재를 다룸에 있어 요구되는 문장의 밀도와 서사의 연속성이 떨어져 시놉시스 같다는 인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장시간 논의 끝에 당선작 대신 가작을 내자는 의견이 오갔다. 그렇게 해서라도 응모자들의 의욕을 부추기자는 뜻이었다. 심사를 마친 선자들의 마음도 무겁기는 마찬가지였다. 한편 전례를 따져 ‘당선작 없음’이란 결과도 신인 등용문 제도에 포함된 하나의 방식이자 표현일 수 있다는 데 애써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