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돗물 발암물질 논란…대구시 “식수로 문제없어” VS 시민들 “못믿겠다”

2018.06.24 15:03 입력 2018.06.24 15:04 수정

낙동강 수계 정수장에서 발암물질이 함유된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돼 대구지역 수돗물 안전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대구시는 “수돗물 사용에 문제 될 정도는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마트 등에서는 생수를 구입하려는 시민들이 몰려들어 때아닌 생수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달 낙동강 원수와 수돗물에서 과불화화합물 중 과불화헥산술폰산(PFHxS)과 과불화옥탄산(PFOS)이 미량 검출됐으나 기준치보다 낮고 발생원에 대한 조치가 완료돼 수돗물 음용에는 문제가 없다고 24일 밝혔다.

낙동강 전경.|낙동강물환경연구소 제공

낙동강 전경.|낙동강물환경연구소 제공

대구시와 환경부는 지난달 21일과 24일 낙동강 수계인 대구 매곡·문산정수장에서 8종의 과물화화합물을 조사한 결과, 국제 암연구소(IARC)가 발암물질로 지정한 과불화옥탄산이 원수에서 12.1~19.9ppt, 정수된 수돗물에서 13.5~16.5ppt로 검출됐다. 발암물질인 과불화옥탄산은 캐나다 200ppt, WHO(세계보건기구)기준 4000ppt로 정해 놓고 있다.

또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인 과불화헥산술폰산이 원수에서 152.1~169.6ppt, 수돗물에서 139.6~165.6ppt로 나타났다.,

과불화헥산술폰산은 권고기준으로 캐나다 600ppt, 스웨덴 900ppt, 호주 70ppt이다. 매곡·문산정수장의 과불화헥산술폰산은 캐나다, 스웨덴 권고기준보다 낮지만 호주보다는 2~3배 높은 수치다. 과불화화합물은 불소와 탄소가 결합된 화학물질로 카펫, 조리기구, 소화용품의 표면보호제, 마루 광택제, 등산복의 방수제로 쓰이는 물질이다.

김문수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장은 “극히 미량의 과불화화합물이 낙동강에서 검출됐으나 세계보건기구와 선진국 권고기준 보다 낮은 데다 구미공단의 발생원에 대한 조치가 완료돼 수돗물을 안심하게 마셔도 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과불화화합물이 우려 수준은 아니지만 정수장에서 검출 증가 추세가 확인돼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수질 감시항목으로 지정한다”며 “과불화화합물 등은 아직 먹는 물 수질기준을 설정한 국가는 없으며 권고기준으로 관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22일 대구 수돗물에 유해물질인 과불화화합물이 포함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대형마트 등에서는 생수를 구입하는 시민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사진 제공, 연합뉴스

22일 대구 수돗물에 유해물질인 과불화화합물이 포함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대형마트 등에서는 생수를 구입하는 시민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사진 제공, 연합뉴스

하지만 낙동강 물을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대구시민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SNS(사회관계망 서비스), 온라인 커뮤니티 공간 등을 통해 분노를 표출하고

대형마트 등에서는 생수를 구입하려는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22일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대구 수돗물’과 관련한 청원글이 잇달아 게재됐다. “정수도 안 되고 끓여도 안 되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생활에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물인데 낙동강 물이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 한게 정상인가”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대구지역 마트 등에서는 생수를 구입하려는 시민들의 발갈이 온종일 이어졌다.

달서구 한 슈퍼마켓 주인은 “여름철을 맞아 준비해 둔 PET병 생수가 하루만에 동이 났다”면서 “뒤늦게 온 손님들은 인근 대형마트로 돌려 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주부 장현주씨(47·대구 수성구)는 “22일 오후 생수를 구하려 코스트코를 찾았으나 손님들이 줄을 서 30분간 기다리고 나서야 겨우 생수 3박스를 구입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누가 수돗물을 마시겠느냐”고 반문했다.

동구 신천동에서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김정주씨(62)도 “평소 하루 판매량보다 5∼6배 이상 늘어났다”면서 “2ℓ짜리 생수 6개 묶음 상품이 가장 많이 팔렸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도 민관합동조사와 원인규명을 촉구했다. 대구YMCA와 대구참여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구미산단에서 배출된 것으로 판단되는 과불화화합물은 몸속에 쌓여 생체독성을 유발,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된다”면서 정확한 원인규명을 위한 민관합동조사단을 즉시 구성해 실태를 파악해 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지역 낙동강 수계에서는 1991년 3월 구미공단 낙동강 페놀 유출사건 이후 지금까지 8차례의 크고 작은 수질사고가 발생했다.

대구시는 2009년부터 대구시민들의 식수원인 달성군 다사읍 매곡·문산취수장을 구미 해평취수장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구미시 등의 반대로 10년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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