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기획-콘텐츠가 미래다

넷플릭스·유튜브 천하서 한류 생존법 ‘결국은 콘텐츠’

2018.10.19 06:00 입력 2018.10.25 11:24 수정

⑤변화하는 콘텐츠 생태계

일러스트 김상민 화백

일러스트 김상민 화백

자본력 앞세운 유튜브·넷플릭스
국내 동영상 시장 앞다퉈 잠식
미국선 미디어·통신사 합병 늘어
글로벌 플랫폼 갈수록 대형화

SM-SKT·YG-네이버 협력 등
국내 업체들은 각자도생식 대응
인수합병으로 플랫폼 덩치 키우고
질 좋은 콘텐츠로 경쟁력 갖춰야

2000년대 후반 이후 주춤하던 한류 열풍을 되살린 건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였다. 유튜브는 2012년 7월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영국과 호주 등 전 세계로 실어날랐다. 2013년 데뷔한 방탄소년단을 남미와 유럽 등에 퍼뜨린 것도 월 로그인 이용자 18억명이 있는 유튜브다.

국내에서도 인터넷으로 동영상을 보는 플랫폼 OTT(Over The Top) 1위는 단연 유튜브다. 글로벌 플랫폼은 한류를 실어나르는 ‘마법 양탄자’이지만, 동영상 콘텐츠를 독식하는 공룡이기도 하다.

넷플릭스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아직 인터넷TV(IPTV)에 밀려 두각을 보이지 못하고 있지만 3~4년 안에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총 가입자 1억3700만명, 국내 이용자 30만명으로 추산되는 넷플릭스는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지난 9월 ‘에미상 시상식’에서 23개 부문을 수상한 것은 그 결과물이다.

유튜브가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기존 텍스트와 사진 중심의 네이버 등 국내 포털은 비틀거리고 있다. 2016년 5조6098억원에서 2020년 9조1437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동영상 플랫폼 시장. 격변하는 그 시장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 국내 ‘플랫폼 대형화’ 이뤄질까

미국에선 미디어회사와 통신회사가 서로를 삼키고 있다. 몸집 키우기다. 킬링 콘텐츠를 많이 담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국 2위 이동통신사 AT&T는 3위 미디어업체 타임워너를 지난 6월 인수했다. 타임워너는 ‘왕좌의 게임’ 등으로 유명한 HBO, 워너브러더스를 가진 회사다. 내년 하반기에 새로운 동영상 플랫폼을 내놓는다. 21세기폭스사를 합병한 월트디즈니는 동영상 플랫폼 ‘훌루’를 통해 넷플릭스에 맞선다. 디즈니의 ‘미키마우스’ ‘도널드 덕’과 폭스사의 ‘엑스맨’ ‘심슨’ 등의 콘텐츠는 넷플릭스에선 방영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플랫폼을 대형화해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위 통신사 SK텔레콤이 운영하는 옥수수(oksusu)가 지상파 3사가 운영하는 푹(POOQ)을 인수·합병할 것이라는 설이 끊이지 않는 이유도 이런 맥락이다. LG유플러스는 최근 넷플릭스와 손잡고 유통망 역할을 하기로 했다.

제작사인 동시에 플랫폼 사업자인 지상파 방송사는 눈치를 보고 있다. 프로그램 공급자로서의 역할에 치중할지, 자체 플랫폼을 키우는 방안을 택할지 주판알을 튕기는 중이다. 거액을 쏟아붓기에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플랫폼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콘텐츠 제작사엔 기회다. 판로가 다양해지기 때문이다.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려는 글로벌 플랫폼에 한국 콘텐츠는 투자가치가 충분하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넷플릭스와 <미스터 션샤인> 판권 계약을 했는데, 금액이 30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YG엔터테인먼트는 넷플릭스와 손잡고 ‘YG전자’를 제작해 방영한다.

[창간 기획-콘텐츠가 미래다]넷플릭스·유튜브 천하서 한류 생존법 ‘결국은 콘텐츠’

제작사 입장에선 보다 높은 값을 받고 좋은 환경에서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제작사에 수익이 더 돌아가면서 ‘열정노동’ 등으로 대표되는 열악한 제작환경이 개선될 틈도 생겼다. 특히 넷플릭스는 제작비에 일정 수익울 보장해주는 방식이라 제작자의 리스크도 줄었다. 예컨대 제작비 10억원의 작품을 만들면 넷플릭스가 12억원을 지급한다. ‘대박’이 나 큰돈은 못 벌더라도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하다.

하지만 글로벌 플랫폼이 시장의 독과점적 지위를 달성한 이후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넷플릭스는 매출의 70~80%를 콘텐츠 제작비로 쓰고, 부족한 자금은 차입한다. 언젠가는 차입한 자금을 갚아야 하는 것이다.

쉽게는 가격을 올리는 방법이 있다. 2007년 넷플릭스는 무료로 가입자를 유치했지만 지금은 월 10.99달러(약 1만2500원)를 받는다.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김은숙 작가나 유재석씨 등 회당 수억원씩 받는 스타들을 기용한 것도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콘텐츠 산업에선 상위 20%가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거액의 제작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 제작사는 살아남기 더 힘들고, ‘돈 안되는’ 공영 콘텐츠가 말라버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내 업체들이 협력해 대형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조성동 한국방송협회 연구위원은 “글로벌 플랫폼과 달리 국내 플랫폼에는 정부 등이 콘텐츠에 대한 재투자, 공영 프로그램 편성 등을 요구할 여지가 있다”며 “국내 대형 플랫폼을 만드는 일은 이해관계가 다른 콘텐츠 제작사·방송사·통신사의 입장을 얼마나 합치시키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 SM은 SK텔레콤, YG는 네이버

국내 플랫폼 정보기술(IT) 업체도 분주하게 움직인다. 네이버는 YG엔터테인먼트, 그 손자회사인 YG인베스트먼트에 각각 500억원씩 투자했다. K팝 스타의 일상을 보여주는 플랫폼인 네이버 ‘V-라이브’에 안정적인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YG엔터는 소속 연예인들을 V-라이브를 통해 데뷔시킨다. 또 V-라이브를 통해 팬덤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물론 유튜브 레드나 옥수수 등 다른 플랫폼에서 활동하며 수익을 키울 수도 있다. 멜론TV와 1thek를 운영하는 카카오는 2016년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다.

SK텔레콤은 SM엔터테인먼트와 손잡았다. 이들은 각각 SM C&C와 아이리버의 2대 주주다. SK텔레콤은 SM엔터가 제작한 콘텐츠를 인공지능 등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또 SM엔터·JYP엔터·빅히트 엔터와 손잡고 신규 음악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다. 음원 플랫폼 강자인 멜론과 지니뮤직에 맞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놓는다.

반면 대형 연예기획사와 대형 IT·통신사의 합종연횡 속에서 중소형 콘텐츠 제작사들은 제작과 판로가 더 막막해지고 있다.

각자도생 상황에서 콘텐츠 제작사와 플랫폼 업체 중 누가 주도권을 잡을 것인가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다. 다만 질 좋은 콘텐츠를 계속해서 생산할 수 있는 구조가 핵심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자체 제작으로 고급의 안정적 콘텐츠를 확보하려는 글로벌 플랫폼과의 고비용 경쟁을 감당할 수 있느냐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작자와 수익을 배분하는 방식을 개선하는 노력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빅데이터 등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플랫폼 자체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수만개의 콘텐츠가 있더라도 소비자 취향을 맞추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또 소비자의 선호도에 따라 작품 내용과 감독, 주연배우를 정한 넷플릭스의 <하우스 오브 카드>처럼, 제작 환경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미래창조과학부 전파정책 자문위원인 이종관 박사는 “글로벌 플랫폼에 대한 대응은 ‘플랫폼 대형화’와 ‘콘텐츠 제작 인프라 강화’라는 투트랙을 써야 한다”며 “플랫폼 자체의 고도화와 실력 있는 제작자를 키우는 것이 살아남는 길”이라고 말했다.

※시리즈 순서

①세계의 심장을 뛰게 하다
②베트남, ‘무조건 사랑’은 없다
③그들이 한국에 온 이유
④콘텐츠 산업의 명과 암
⑤변화하는 콘텐츠 생태계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창간 기획-콘텐츠가 미래다]넷플릭스·유튜브 천하서 한류 생존법 ‘결국은 콘텐츠’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