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숙한 유권자 의식 보여준 사상 최고 사전투표율

2020.04.12 20:34 입력 2020.04.12 22:51 수정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10일 오전 서울역에 마련된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한 시민이 비닐장갑을 끼고 투표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10일 오전 서울역에 마련된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한 시민이 비닐장갑을 끼고 투표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지난 10~11일 전국에서 치러진 21대 총선 사전투표율이 26.69%를 기록했다. 4년 전 20대 총선 사전투표율 12.19%보다 2.2배 높고, 2017년 대선 때의 26.06%도 넘어섰다. 사전투표가 처음 도입된 2014년 지방선거 후 가장 높은 투표율이었다. 소셜미디어엔 1~2m씩 거리를 둔 긴 투표 행렬 사진이 이어지고, 너무 줄이 길어 투표를 미뤘다거나 거주지를 벗어난 투표소에 가면 관외투표 줄이 짧다는 소식도 실시간으로 공유됐다. 성숙한 유권자 의식이 뜨겁고 질서있게 표출된 이틀간의 사전투표였다.

사전투표 열기엔 여러 해석이 붙고 있다. 우선 유권자들이 코로나19와 선거 당일 혼잡을 피해 ‘분산투표’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투표만 나누어진다면 최종 투표율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총선에서 유권자 4명 중 1명 넘게 참여한 사전투표율은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임에 틀림없다. 비례대표용 꼼수 위성정당과 막말로 얼룩진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의 냉소에 따른 투표율 저하가 우려되던 터였다. 높은 투표율은 심판론이 맞부딪친 거대 양당의 ‘과반 의석’ 경쟁이 끌어올렸고, 여러 지자체가 맞물린 총선 특유의 소(小)지역주의도 작용했음직하다. 상당수 격전지의 사전투표율이 30%를 웃돈 게 그 방증이다.

총선에 대한 관심은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뜨겁다. 선제적이고 투명한 대응으로 코로나 방역에 성공한 한국이 정치 행사도 잘 치러낼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 시름이 깊어진 영국은 지방선거를 1년 연기했고, 프랑스는 지난달 1차 지방선거 투표율(45%)이 과거보다 20%나 격감하자 결선투표를 6월로 미뤘다. 미국도 12개 주가 대선 경선을 늦추거나 우편투표로 전환했고, 에티오피아는 8월 총선을 일찌감치 무기 연기했다. 결과적으로 한국 총선은 사전투표부터 방역과 높은 투표율,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출발한 셈이다. 한국이 성공적으로 치러낸 총선은 머잖아 시민들이 정상 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여야는 높은 사전투표율을 두고 ‘코로나 극복 지지’와 ‘분노’ 투표였다고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했다. 정치권은 긴 줄 서고 비닐장갑까지 끼는 유권자들의 투표 행렬을 겸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남은 선거기간도 심판을 두려워하는 자세로 선거운동에 임해야 한다. 선관위는 12일 2차 유권자 조사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사람이 79%였다고 밝혔다. 일주일 전보다 6.1%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사전투표 열기가 투표 당일까지 이어져 16년 만에 총선 투표율이 다시 60% 위로 올라서는 화룡점정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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