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서 검찰이 동양대 표창장 위조 범행 당일 강사휴게실 PC의 ‘타임라인’을 공개했다. 아들 상장 직인 파일과 딸 표창장 직인 파일이 동일하다는 포렌식 결과도 공개했다. 정 교수 측은 검찰이 재판 직전 추가 증거를 내서 피고인 방어권이 침해됐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재판장 임정엽) 심리로 23일 열린 정 교수의 스물세 번째 공판에 대검찰청 디지털 수사과의 팀장급 수사관 이모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이씨는 동양대 강사휴게실에서 발견된 정 교수 소유 PC 2대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보고서를 작성한 인물이다. 검찰은 이 디지털 포렌식 보고서를 제시하며 이씨에게 의미를 물었다.
이날 재판의 쟁점은 강사휴게실 PC에서 표창장을 위조한 사람이 정 교수인지, 아니면 제3자인지 여부였다. 검찰 공소사실은 2013년 6월 정 교수가 서울 방배동 주거지에서 강사휴게실 PC를 이용해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범행 시점으로 특정된 2013년 6월16일에 이 PC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타임라인을 공개했다.
검찰이 공개한 디지털 포렌식 보고서에 따르면, 이 PC 사용자는 이날 오후 2시23분에 ‘직인.JPG’라는 파일을 다운받고, 오후 2시25분에 ‘인턴십확인서(호텔3)’를 열람한다. 딸 조씨가 한영외고 재학 시절 부산 아쿠아팰리스 호텔에서 인턴을 했다는 증명서다. 오후 2시57분에는 USB를 꽂아서 딸 조씨의 ‘KIST확인서’를 열람했다. 약 1시간 뒤인 오후 3시53분에는 딸 조씨의 ‘자기소개서’를 수정했다. 오후 4시9분에는 정 교수가 이날 오후 2시쯤 한 학부모와 인턴십 관련 이야기를 나눈 카카오톡 대화 캡처 화면이 자동으로 연동돼 저장됐다.
이후부터 PC 사용자는 표창장 위조에 돌입했다. 정 교수 아들의 상장 이미지는 MS 워드 문서에 삽입돼 ‘총장님 직인’이란 파일명으로 저장됐다. 검찰은 이 사용자가 아들 상장에서 ‘동양대학교 총장 최성해(직인)’ 이미지를 캡처해 JPG 파일을 추출한 다음 이를 아래아 한글 파일 하단에 붙여넣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직인 모양이 ‘정사각형’에서 ‘직사각형’으로 좌우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파일은 오후 4시58분 ‘조○표창장’이라는 파일명으로 저장됐다. 검찰은 아들 상장 직인 이미지와 딸 표창장 직인 이미지의 픽셀 크기도 ‘1072×371’로 동일하다고 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한글 문서에서 ‘PDF 삽입’ 기능을 이용해 직인 이미지를 붙여넣은 것으로 보인다며 시연까지 했다. 안성민 검사가 표창장 최종본 파일에서 ‘동양대학교 총장 최성해(직인)’ 부분을 클릭하니 직인 부분만 직사각형 형태 블록으로 표시됐다. 안 검사는 “직인 부분을 클릭하니까 정확히 잡힌다. PDF라 그렇다”고 했다. 검찰은 아들 상장 직인 이미지와 딸 표창장 직인 이미지의 픽셀 크기도 ‘1072×371’로 동일하다고 했다.
정 교수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검찰이 이날 공개한 디지털 포렌식 보고서가 공판 3일 전에 제출돼 피고인 방어권에 차질이 생겼다는 것이다. 지난 20일 검찰은 강사휴게실 PC에 대한 추가 분석 보고서 9건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에 정 교수 측은 반대신문을 준비할 시간이 촉박하다며 다른 기일에 반대신문을 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정 교수 측 유지원 변호사는 “보고서 내용이 다 틀렸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이 아닌 의견도 섞여 있다”고 했다. 이어 “검찰은 기존 포렌식 보고서에 오류가 지적되자 계속 번복하는 보고서를 내고 있다”며 “일단 기소를 한 뒤 증거수집을 하면서 모순점이 나타나면 다시 수정하면서 기소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정 교수 측은 이날 증인신문을 통해 검찰이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했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반발했다. 이렇게 개인의 모든 것을 밝힐 수 있는 디지털 증거를 영장도 없이 임의로 가져가 위법하다는 것이다. 유 변호사는 “검찰이 온갖 것을 헤집고 다니면서 증거를 수집했다”며 “오늘 증인신문을 보면 검찰이 며칠 전까지도 이 강사휴게실 PC를 들여다 보면서 증거를 수집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애초에 정 교수 측은 기존 디지털 포렌식 보고서를 토대로 범행 시점인 2013년 6월16일에 방배동 자택이 아닌 학교에서 PC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나온다는 주장을 펼치려 했다. 정 교수 측은 이날 공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 오류를 지적하려 했지만 검찰이 추가 보고서를 내면서 다시 방어 논리를 세워야 하는 처지가 됐다. 수사관 이씨에 대한 변호인 반대신문은 다음달 20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검찰은 정 교수가 경력증명서를 위조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검찰은 강사휴게실 PC에서 발견된 ‘경력증명서.pdf’라는 파일을 공개했다. 처음 작성된 이 파일에는 정 교수가 1985년부터 3년간 한 회사에서 일했다고 돼 있다. 검찰은 추후 수정된 파일을 함께 제시하며 “경력 기간이 3년5개월에서 8년5개월로 변경됐다”고 했다. 검찰은 이 경력증명서에서도 정 교수가 회사 대표 인감 부분을 오려내 붙여넣은 사실이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정 교수의 공소사실과는 무관하다. 다만 재판부가 유죄 심증을 갖도록 할 수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