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강사휴게실 PC ‘타임라인’ 공개…궁지에 몰린 정경심

2020.07.23 14:48 입력 2020.07.23 20:51 수정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서 검찰이 동양대 표창장 위조 범행 당일 강사휴게실 PC의 ‘타임라인’을 공개했다. 아들 상장 직인 파일과 딸 표창장 직인 파일이 동일하다는 포렌식 결과도 공개했다. 정 교수 측은 검찰이 재판 직전 추가 증거를 내서 피고인 방어권이 침해됐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재판장 임정엽) 심리로 23일 열린 정 교수의 스물세 번째 공판에 대검찰청 디지털 수사과의 팀장급 수사관 이모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이씨는 동양대 강사휴게실에서 발견된 정 교수 소유 PC 2대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보고서를 작성한 인물이다. 검찰은 이 디지털 포렌식 보고서를 제시하며 이씨에게 의미를 물었다.

지난해 9월6일 국회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지원 의원이 조국 후보자 딸이 받았다는 표창장 사진을 취재진에게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6일 국회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지원 의원이 조국 후보자 딸이 받았다는 표창장 사진을 취재진에게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재판의 쟁점은 강사휴게실 PC에서 표창장을 위조한 사람이 정 교수인지, 아니면 제3자인지 여부였다. 검찰 공소사실은 2013년 6월 정 교수가 서울 방배동 주거지에서 강사휴게실 PC를 이용해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범행 시점으로 특정된 2013년 6월16일에 이 PC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타임라인을 공개했다.

검찰이 공개한 디지털 포렌식 보고서에 따르면, 이 PC 사용자는 이날 오후 2시23분에 ‘직인.JPG’라는 파일을 다운받고, 오후 2시25분에 ‘인턴십확인서(호텔3)’를 열람한다. 딸 조씨가 한영외고 재학 시절 부산 아쿠아팰리스 호텔에서 인턴을 했다는 증명서다. 오후 2시57분에는 USB를 꽂아서 딸 조씨의 ‘KIST확인서’를 열람했다. 약 1시간 뒤인 오후 3시53분에는 딸 조씨의 ‘자기소개서’를 수정했다. 오후 4시9분에는 정 교수가 이날 오후 2시쯤 한 학부모와 인턴십 관련 이야기를 나눈 카카오톡 대화 캡처 화면이 자동으로 연동돼 저장됐다.

이후부터 PC 사용자는 표창장 위조에 돌입했다. 정 교수 아들의 상장 이미지는 MS 워드 문서에 삽입돼 ‘총장님 직인’이란 파일명으로 저장됐다. 검찰은 이 사용자가 아들 상장에서 ‘동양대학교 총장 최성해(직인)’ 이미지를 캡처해 JPG 파일을 추출한 다음 이를 아래아 한글 파일 하단에 붙여넣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직인 모양이 ‘정사각형’에서 ‘직사각형’으로 좌우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파일은 오후 4시58분 ‘조○표창장’이라는 파일명으로 저장됐다. 검찰은 아들 상장 직인 이미지와 딸 표창장 직인 이미지의 픽셀 크기도 ‘1072×371’로 동일하다고 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한글 문서에서 ‘PDF 삽입’ 기능을 이용해 직인 이미지를 붙여넣은 것으로 보인다며 시연까지 했다. 안성민 검사가 표창장 최종본 파일에서 ‘동양대학교 총장 최성해(직인)’ 부분을 클릭하니 직인 부분만 직사각형 형태 블록으로 표시됐다. 안 검사는 “직인 부분을 클릭하니까 정확히 잡힌다. PDF라 그렇다”고 했다. 검찰은 아들 상장 직인 이미지와 딸 표창장 직인 이미지의 픽셀 크기도 ‘1072×371’로 동일하다고 했다.

정 교수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검찰이 이날 공개한 디지털 포렌식 보고서가 공판 3일 전에 제출돼 피고인 방어권에 차질이 생겼다는 것이다. 지난 20일 검찰은 강사휴게실 PC에 대한 추가 분석 보고서 9건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에 정 교수 측은 반대신문을 준비할 시간이 촉박하다며 다른 기일에 반대신문을 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정 교수 측 유지원 변호사는 “보고서 내용이 다 틀렸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이 아닌 의견도 섞여 있다”고 했다. 이어 “검찰은 기존 포렌식 보고서에 오류가 지적되자 계속 번복하는 보고서를 내고 있다”며 “일단 기소를 한 뒤 증거수집을 하면서 모순점이 나타나면 다시 수정하면서 기소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정 교수 측은 이날 증인신문을 통해 검찰이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했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반발했다. 이렇게 개인의 모든 것을 밝힐 수 있는 디지털 증거를 영장도 없이 임의로 가져가 위법하다는 것이다. 유 변호사는 “검찰이 온갖 것을 헤집고 다니면서 증거를 수집했다”며 “오늘 증인신문을 보면 검찰이 며칠 전까지도 이 강사휴게실 PC를 들여다 보면서 증거를 수집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애초에 정 교수 측은 기존 디지털 포렌식 보고서를 토대로 범행 시점인 2013년 6월16일에 방배동 자택이 아닌 학교에서 PC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나온다는 주장을 펼치려 했다. 정 교수 측은 이날 공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 오류를 지적하려 했지만 검찰이 추가 보고서를 내면서 다시 방어 논리를 세워야 하는 처지가 됐다. 수사관 이씨에 대한 변호인 반대신문은 다음달 20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검찰은 정 교수가 경력증명서를 위조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검찰은 강사휴게실 PC에서 발견된 ‘경력증명서.pdf’라는 파일을 공개했다. 처음 작성된 이 파일에는 정 교수가 1985년부터 3년간 한 회사에서 일했다고 돼 있다. 검찰은 추후 수정된 파일을 함께 제시하며 “경력 기간이 3년5개월에서 8년5개월로 변경됐다”고 했다. 검찰은 이 경력증명서에서도 정 교수가 회사 대표 인감 부분을 오려내 붙여넣은 사실이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정 교수의 공소사실과는 무관하다. 다만 재판부가 유죄 심증을 갖도록 할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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