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국방력약화 책임 공방

2000.09.01 19:21

대선 유세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세계 유일 초강국인 미국에서 국방력 약화 책임 논란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미국의 국방력 약화 책임문제를 앞장서 제기하고 있는 사람은 조지 부시 대통령 때 국방장관을 지낸 딕 체니 공화당 부통령 후보다.

체니는 지난달 30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지난 10년 동안 미군의 해외임무가 300증가했으나 병력은 40줄어들었다”면서 군사력 약화의 책임을 빌 클린턴 대통령과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앨 고어 부통령에게 돌렸다.

이에 대해 조 록하트 백악관 대변인은 “군통수권자를 비난하는 것은 스스로의 경력을 깎아내리는 것”이라며 아이티와 코소보 사태에 미군이 개입하지 말아야 했느냐고 반문했다. 이러한 양측의 공방은 하루도 쉬지 않고 거의 매일 벌어지고 있는 장면이다.

공화당이 제시하고 있는 군사력 약화 사례는 공군의 경우 1993년 1월 전투비행단의 85가 임무 준비완료 상태였으나 지금은 65로 떨어졌으며 그나마 전투기의 평균 기령이 20년으로 낡았다는 것. 또 육군 헬리콥터 부대의 헬기 40가 노후해 작전 수행이 어려운 상태이며 심지어 예산부족으로 훈련이 축소·취소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백악관과 고어 후보 진영은 “군 예산 삭감은 부시 정권때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지적, 은근히 공동책임을 부각시키면서 “새 인력 충원 등으로 군대 유지 능력이 개선돼 작전 수행에 문제가 없다”고 맞받아치고 있다.

과연 미군의 군사력은 어떤 상태일까.

현재 미군의 총 병력수는 현역 1백38만4천8백명, 예비역 86만5천2백명 등 2백25만명으로 89년의 3백30만명 수준에 비해 1백만명 이상 줄어들어 중국의 2백50만명보다 다소 적다. 예산규모는 96년 2천5백44억달러까지 줄어들었다가 이후 꾸준히 회복돼 현재는 2천8백78억달러(2000년 회계기준)로 냉전 시절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일본의 4백45억달러, 프랑스 3백58억달러, 독일 2백70억달러, 중국 1백26억달러, 러시아 67억달러 등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가 난다.

외형상 미국의 군사력이 형편없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미국이 2개의 대규모 전쟁을 동시에 승리한다는 이른바 ‘윈윈전략’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 국방부는 지난달 31일 3개월마다 의회에 제출하는 전력평가 보고서에서 첫번째 전쟁 발생 위험지역으로 한반도, 두번째 위험지역으로 중동을 꼽으면서 동시에 2개의 전쟁을 승리할 수는 있겠지만 기동력 등의 미비로 많은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정치권의 논란은 선거때까지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눈길을 끄는 것은 미국 시민들 사이에서 새로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 CNN 방송의 군사력 약화 책임 논란 토론 프로그램에 e메일을 보낸 한 여성은 “냉전이 끝났다면 우리에게 거대한 군이 왜 필요한가”라고 반문하면서 “우리에게 도전할 세력도 없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이승철특파원 ls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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