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핑계 인신매매” 아이티 정부 발끈

2010.02.01 17:48
임영주 기자

경찰, 어린이 33명 인솔

국경넘던 미국인 10명 체포

지진 참사로 혼란 상태에 빠진 아이티에서 어린이 납치가 새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이티에서는 매년 범죄 조직들이 아동 수천명을 납치해 파는 인신매매가 빈번했지만 최근 강진으로 가족을 잃은 아이들이 급증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아이티 정부가 2개월에서 12세 된 아이티 아동 33명을 데리고 도미니카공화국으로 넘어가려던 미국인 10명을 체포했다고 지난달 31일 밝히면서 문제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아이티 정부는 지진 참사 후 입양이 크게 늘면서 아동 인신매매 우려도 커지자 어린이 해외 출국에 대해 사전 허가제를 최근 발표했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미 아이다호주에 있는 교회 소속 신자인 미국인들은 지난달 28일 아이티 경찰에 체포된 후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어린이 100명을 모아 도미니카공화국에 고아원을 설립하는 ‘아이티 고아 구조사업’을 계획하고 있었으며, 아이들은 아이티 현지 목사와 고아원으로부터 소개받았다”고 주장했다. 체포된 미국인 로라 실스비는 “우리는 옳은 일을 하려고 했을 뿐이며 아이들을 데려오는 대가로 어떠한 돈도 지불하지 않았다”면서도 “아이들을 데려가는 데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공식 절차를 밟지 않은 점은 인정했다.

미국인들이 아동 인신매매는 아니라고 주장하는 반면 아이티 정부와 아동복지 단체들은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은 이상 아동 납치”라며 분노했다.

아동 33명 가운데 일부는 고아가 아니라 부모가 살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 33명을 보호하고 있는 고아원 ‘SOS 칠드런 빌리지’의 조지 윌라이트 대변인은 “9살짜리 소녀는 울면서 부모님이 있다고 말했다”면서 “그 아이는 여름캠프나 기숙학교에 가는 줄 알고 사람들을 따라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국제기구 ‘세이브더칠드런’의 아동복지 전문가 뎁 베리는 “의도가 무엇이든지 간에 미국인의 행동은 무모했다”면서 “지진 후 혼란한 상황에서 아이들이 잘못 선택돼 고아라는 이름표가 붙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제법은 당국의 허가나 서류 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국경을 넘는 것은 의도와 상관없이 아동 밀매로 간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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