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먹는 거대선박, 멕시코만서 ‘최후의 일전’

2010.07.01 18:02 입력 2010.07.02 01:41 수정
구정은 기자

한국산 수송선 개조한 초대형 방제선 투입

허리케인 접근 초긴장… 텍사스 일대 비상선포

해저 탐사로봇, 심해 잠수정, 거대한 철제 돔, 진흙 실린더…. 멕시코만 기름유출을 막아보려 온갖 첨단기술과 장비를 동원해온 미국이 ‘최후의 결전’에 나선다. 이번 ‘무기’는 세계 최대 규모의 유조선이다.

AP통신은 지난 30일 미 당국이 축구장 3.5배 길이에 10층 건물 높이의 초대형 선박을 불러다 기름 걷어들이기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b>길이 축구장 3.5배 10층 높이 ‘A고래’</b> 대만 선사 TMT의 초대형 선박 ‘A고래’호가 지난 30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부트빌 항구에 모습을 드러냈다. 길이가 축구장 3.5배에 이르는 ‘A고래’는 멕시코만 해저유정 사고 해역에 투입돼 기름을 흡수하는 작업을 할 계획이다.  부트힐 | AP연합뉴스

길이 축구장 3.5배 10층 높이 ‘A고래’ 대만 선사 TMT의 초대형 선박 ‘A고래’호가 지난 30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부트빌 항구에 모습을 드러냈다. 길이가 축구장 3.5배에 이르는 ‘A고래’는 멕시코만 해저유정 사고 해역에 투입돼 기름을 흡수하는 작업을 할 계획이다. 부트힐 | AP연합뉴스

‘A고래’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배는 길이 340m, 높이는 60m에 이른다. 배는 한국에서 제작됐고 선주는 대만의 선사 TMT다. 선적은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 두고 있다.

원래는 원유와 철광석 등을 대량수송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멕시코만 사태가 난 뒤 TMT의 노부 쑤 최고경영자가 오일스키머(물 위에 뜬 기름을 분리·흡수하는 설비)로 개조하도록 지시했다. 미 당국은 TMT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날 ‘A고래’의 멕시코만 작업을 승인했다.

배는 지난 25일 버지니아주 노퍼크항에 도착해 연료를 채워넣은 뒤 30일 루이지애나주 바닷가에 도착했다. 이 선박은 양옆으로 기름과 물을 빨아들인 뒤 특수제작된 배 밑부분 탱크로 보낸다. 탱크에서 물과 기름이 분리되면 물만 다시 배출한다. 계획대로라면 하루 50만배럴(약 8000만ℓ)의 기름을 걸러낼 수 있다. 노퍼크항에서 배를 살펴본 루이지애나주립대학 환경학자 에드 오버튼은 “어마어마한 오일스키머”라며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노부 쑤 TMT 회장은 “잔디 깎는 기계가 풀밭을 돌아다니듯 멕시코만을 돌며 기름을 빨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결과를 확신할 수는 없다. 올 초 완공된 이 배는 항해 경력이 반년도 채 안된다. 기름흡수용으로 개조됐다고 하지만 실제 테스트는 한 번도 없었다.

폭스뉴스는 “제대로 작동한다 해도 기름을 100%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실전에 들어가봐야 효과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환경관리청(EPA)과 주정부들이 ‘A고래’의 작업허가를 놓고 며칠간 고민을 거듭한 것도 성과를 가늠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텍사스, 앨라배마 일대 해상에는 올 들어 첫 허리케인인 ‘알렉스’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알렉스가 2등급 허리케인으로 커지자 텍사스 일대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알렉스는 남쪽의 멕시코를 강타, 폭우와 홍수 피해를 입힌 뒤 북쪽으로 올라와 텍사스 앞바다에 이르렀다.

미 기상당국은 허리케인이 기름유출 지역을 우회해 서쪽 멕시코 내륙으로 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동쪽 바다에 위치한 기름띠는 거세진 파도를 따라 급류를 이루고 있으며 방제작업은 중단됐다. 멕시코만 기름 제거선들은 모두 항구로 철수했다. 알렉스를 시작으로 본격 허리케인철이 다가오면 기름 피해가 얼마나 커질지 알 수 없어 당국은 초긴장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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