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디트로이트서 구제금융 성과 자화자찬 연설

2010.08.01 21:39
김진호 선임기자

임금 반 토막 노동자 앞에서 “기업 정상화”

취임 후 처음 미국 자동차 산업의 메카인 디트로이트를 찾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구제금융이 낳은 성과를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높은 실업률과 ‘반토막 임금’ 등 금융위기 이후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현실을 외면한 채 대중선동에만 몰입하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올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상태에서 ‘경제민족주의’의 조짐마저 엿보였다.

오바마는 크라이슬러와 GM공장을 잇달아 방문, 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603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은 GM과 크라이슬러가 각각 흑자기조로 돌아섰다고 강조했다. 또 금융위기 뒤 33만4000개의 일자리를 잃었던 자동차 산업이 구제금융 덕에 최근 1년간 5만5000개의 신규채용을 이뤘냈음을 집중 부각했다.

실제로 올 1~3월 8억65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한 GM은 정부지원금 495억달러 가운데 70억달러를 상환하는 실적을 거둔 바 있다.

크라이슬러 역시 같은 기간 영업흑자를 달성, 생산라인의 신입사원을 모집하고 있다.

오바마는 그러나 50%를 웃도는 것으로 추산되는 디트로이트 지역의 높은 실업률과 노동자 가정이 겪는 생활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자동차 산업 구제작업을 감독하는 백악관 ‘자동차 차르’ 스티븐 래트너의 방침에 따라 신규채용 노동자의 봉급이 일괄적으로 50% 삭감된 사실 역시 비켜갔다. 자동차 조립라인의 경우 신규 직원은 같은 일을 하면서도 기성직원의 시간당 임금인 28달러의 절반 정도(14달러)만 받고 있다.

반면에 GM과 크라이슬러 경영진은 수천만달러 상당의 연봉을 다시 받기 시작했다. 에드워드 위티커 GM 회장의 주급은 110만달러다. 물론 경영진 수입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스톡옵션과 주식배당금 수입을 제외한 수치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오바마가 임명한 래트너 역시 크라이슬러 지배주주가 운영하는 투자펀드에 1억880만달러를 투자, 주가상승에 따른 돈벼락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4·4분기 5%에 달했던 미국 경제성장률은 올 1·4분기 3.7%로 주춤하더니 2·4분기엔 2.4%로 내려앉았다. 오바마는 그러나 2.4% 성장률을 전하면서 “미국 경제가 올해 내내 성장기조를 이어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연설 곳곳에서 미국의 위대성을 반복적으로 강조, 경제민족주의의 정서를 자아내기도 했다. 그는 디트로이트가 2차 대전 당시 무기산업의 중심지였던 것을 상기시키면서 “민주주의의 무기고로 미국을 승전으로 이끌고, 미국을 세계 최대 경제대국으로 이끈 것도 당신들 같은 노동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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