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랜도 희생자 엄마 “총기 규제해달라” 절규에도...갈길 먼 정치권

2016.06.14 13:54 입력 2016.06.14 15:25 수정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 총기테러로 아들을 잃은 크리스틴 레이노넨이 ABC방송 인터뷰에서 총기 규제를 호소하고 있다. |ABC방송 캡쳐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 총기테러로 아들을 잃은 크리스틴 레이노넨이 ABC방송 인터뷰에서 총기 규제를 호소하고 있다. |ABC방송 캡쳐

미국 플로리다주에 사는 크리스틴 레이노넨이 아들 크리스토퍼와 마지막으로 통화한 것은 11일 오후 6시쯤(현지시간)이었다. 엄마는 자신의 수술 일정을 아들에게 알려주며 “사랑한다 크리스”라고 말했다. 아들은 남자친구와 함께 올랜도의 게이 나이트클럽에 갔다가 이튿날 새벽 총격범 오마르 마틴(29)이 쏜 총에 숨진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아직 아들의 생사조차 모르던 12일 낮, 엄마는 ABC방송 인터뷰에서 아들이 고교 때 게이-이성애자 연합을 만들어 인도주의 상을 받았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는 인터뷰 마지막에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누르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그곳은 단지 클럽일 뿐이었다.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제발 공격용 무기에 대해 어떻게 좀 해줄 수 없느냐”고 말했다.

올랜도 사건이 이슬람국가(IS)와 직접 연계가 없는 자생적 극단주의자의 테러로 굳어지면서, 미국의 총기 문제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3일 “테러 용의자가 IS의 지시를 받았거나 더 큰 음모의 일부라는 분명한 증거는 없다”면서 “오랫동안 우려해온 자생적 극단주의의 한 사례”라고 말해 이번 사건을 ‘외로운 늑대’의 소행으로 규정했다. 마틴이 2011년과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 성지순례를 하러 간 사실이 들어났으나, 사우디 방문 중 극단주의자와 접촉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오바마는 이날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에게서 수사상황을 보고받은 뒤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대응 못지않게 총기를 규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체적으로 급진화된 사람들이 늘어나 사전에 적발해내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처럼 범죄 용의자들이 단시간 내에 합법적으로 총기를 손에 넣을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의회에 총기규제 법안들을 통과시켜줄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희생자 가족의 애끓는 호소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총기규제 의지는 별로 보이지 않았다. 이날 하원 전체회의에서 올랜도 희생자들을 위해 묵념을 한 뒤 민주당 의원들은 “(총기규제) 법안은 어디로 갔느냐”고 일제히 소리치며 항의했다. 한동안 의사진행에 차질이 생겼지만 공화당 소속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를 무시했다.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 제임스 클라이번(사우스캐롤라이나)은 곧 1주년을 맞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 흑인교회 총기난사 사건에 대해 발언하려다 라이언 의장에게 제지당했다. 클라이번 의원은 “우리가 대응해야 할 때임에도 이 의회에는 무서울 정도의 침묵만 있다”고 의회전문지 더힐에 말했다.

오바마 정부와 민주당이 표결을 요구하는 총기규제안은 구매자의 범죄 이력을 반드시 조회한 후 총기를 팔게 하는 법안, FBI 비행금지 명단에 오른 사람에게 총기를 팔 수 없게 하는 법안, 증오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의 총기 구매를 금지하는 법안 세 가지다. 지난해 백인 우월주의자의 찰스턴 흑인교회 총기난사 뒤에 제출됐으나 공화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의회는 요지부동이다. 올랜도 참사 뒤 총기회사들의 주가는 치솟았다. 총기규제에 반대하는 최대 로비단체 전미총기협회(NRA)는 사건 직후 침묵을 지키다가 13일 첫 성명을 냈다. ‘아버지의 날 선물을 고민한다면 총을 사드리세요’라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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