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 갈아주는 남자에 대한 시선 바꿔야” 페미니스트 오바마가 말하는 페미니즘

2016.08.05 08:46 입력 2016.08.05 18:51 수정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4일 미국 여성지 ‘글래머’에 자신의 페미니즘을 두 딸의 아빠로서 세상을 보는 태도로 역설하는 글을 기고했다. 사진은 2014년 오바마가 추수감사절에 사면할 칠면조를 말리아, 사샤 두 딸과 함께 바라보는 모습. |백악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4일 미국 여성지 ‘글래머’에 자신의 페미니즘을 두 딸의 아빠로서 세상을 보는 태도로 역설하는 글을 기고했다. 사진은 2014년 오바마가 추수감사절에 사면할 칠면조를 말리아, 사샤 두 딸과 함께 바라보는 모습. |백악관

버락 오바마는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첫 미국 대통령이다. 오바마는 지난 4일 여성지 ‘글래머(Glamour)’ 온라인판에 자신이 생각하는 페미니즘에 대한 기고를 올렸다. 글의 제목은 ‘페미니스트라면 이래야 한다(This Is What a Feminist Looks Like)’이다.

오바마의 페미니즘은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오바마는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사람들은 모두 여성이었다고 한다. 그를 키워준 외할머니는 은행에서 일하면서 ‘유리천장’에 부딪혀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지 못했고 어머니는 싱글맘으로서 오바마를 키우며 인류학자로 일했다. 오바마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여성이라 할 수 있는 부인 미셸 오바마는 “바쁜 일과 가정이라는 상충되는 두 가지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고” 고투했다. 남편인 자신은 주 상원의원, 로스쿨 교수 일에 매달렸고 “그 결과 가정 일의 부담은 부당하게 미셸에게 더 많이 돌아갔다.”

그러나 자택이 있던 시카고와 상원 지역구 일리노이 사이의 먼 거리는 백악관에 들어온 뒤 단 ‘45초’로 줄었다. 관저 거실에서 대통령 집무실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오바마는 덕분에 “내 두 딸이 영리하고 재밌고 멋진 여성으로 자라는 동안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가 페미니스트여야 할 개인적인 이유는 이 두 딸의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그는 두 딸이 경험하게 될 일들이 자신의 할머니, 어머니, 부인의 시대보다 나을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오바마는 “두 딸이 이제 ‘둥지’를 떠날 준비를 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쉽지는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지금이 여성이기에 더 없이 좋은 때라는 것”이라고 적었다.

오바마는 “두 딸의 아버지로서 젠더 고정관념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만연해있는지 더 잘 인식하게 된다”며 “문화를 통해 이어져 내려온 미묘한 또는 노골적인 (젠더 불평등의) 단초들을 보게 된다. 소녀들은 외모와 행실, 사고방식에서까지 엄청난 압력을 느낀다”고 했다.

오바마가 공감하는, 또는 공감하기 위해 노력하는 여성의 어려움은 어쩌면 자신이 갖고 있는 인종적 소수자라는 정체성 때문인 것 같다. 오바마는 “그와 똑같은 고정관념들이 젊은 남성으로서 나의 자의식에도 영향을 미쳤다”며 “아빠 없이 자라면서 나는 내가 누구인지, 세상은 나를 어떻게 보는지,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생각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그는 “사회에서 통용되는 남성성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남자가 되는 옳은 길과 틀린 길이 있다고 믿기도 쉽다”며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터프가이’ 또는 ‘쿨가이’는 나랑 맞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그것은 “내가 어리고 불안정함을 보여줄 뿐”이었고 “내 모습 그대로에 충실하니 사는 게 훨씬 편해졌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성차별(sexism)과 싸우는 것이 아빠로서 배우자로서, 남자친구로서 남자들의 책무”라며 구체적인 태도의 변화를 주문했다. 소녀들은 얌전하게 소년들은 적극적으로 키우는 태도, 딸에게는 큰 소리를 내지 말라고 하고 아들에게는 눈물을 흘리지 말라고 하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또 여성에 대한 상습적인 성희롱을 내버려두는 태도, 남성이 여성의 존재와 성공에 위협을 느끼도록 가르치는 태도, 기저귀를 갈아주게 된 남성을 축하하고 전업주부 일을 하는 남성을 낙인 찍는 태도도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부모로서 자녀들이 이러한 제약을 넘어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지속적인 학습의 과정”이라며 “미셸과 나는 우리 딸들이 성별이나 인종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당하거나 다른 사람이 그런 일을 당한다면 목소리를 내라고 가르쳤다”고 했다. 그러면서 “(딸들의) 아빠가 페미니스트가 되는 것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제 그 딸들은 모든 남성이 그러기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바마의 이례적인 여성지 기고는 결국 최초의 주요 정당 여성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대통령으로 뽑는 “역사적인” 선택을 해달라는 주문으로 귀결됐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덧붙였다.

“21세기 페미니즘이란 이런 것이다. 모든 사람이 평등할 때 우리 모두 자유롭다는 생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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