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세계 경찰관 역할 더 못해” 점점 담 쌓는 트럼프

2018.12.27 21:33 입력 2018.12.27 21:37 수정

이라크 미군기지 예고 없이 찾아…취임 후 전투지역 첫 방문

“우린 호구 아니다”…다른 나라에 군사 책임·비용 분담 압박

매티스 국방장관 사임 논란 와중에 군에 대한 영향력 과시도

<b>멕시코 국경엔 어떤 담을 쌓을까</b>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건설을 추진 중인 국경 장벽의 시제품들이 지난 22일(현지시간) 샌디에이고의 멕시코 접경지역에 세워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9일 장벽 예산이 빠진 상원의 임시예산안에 서명하기를 거부하면서 연방정부는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에 들어갔다.  샌디에이고|AP연합뉴스

멕시코 국경엔 어떤 담을 쌓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건설을 추진 중인 국경 장벽의 시제품들이 지난 22일(현지시간) 샌디에이고의 멕시코 접경지역에 세워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9일 장벽 예산이 빠진 상원의 임시예산안에 서명하기를 거부하면서 연방정부는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에 들어갔다. 샌디에이고|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이라크 주둔 미군기지를 예고 없이 방문했다. 지난해 1월 취임 후 첫 전투지역 방문이다. 트럼프가 시리아 철군 결정,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조기 교체 논란 와중에 미군기지를 방문한 배경과 연설 메시지가 주목된다.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속에 백악관에서 휴가를 보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0시6분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앤드루 공군기지를 떠났다. 부인 멜라니아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일부 참모진이 동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새벽 비행을 택했다. 11시간 비행 후 이라크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전 7시16분 라마디 북서부 알아사드 공군기지에 착륙했다. 이라크 도착 후 예정됐던 아델 압둘 마흐디 이라크 총리와의 면담은 보안상의 이유로 전화회의로 대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장병들 대상 연설에서 “우리는 더 이상 호구가 아니다”라면서 “미국은 계속해서 세계 경찰관 역할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개입주의에서 미국국익을 최우선시하는 고립주의 노선으로의 전환을 노골화한 것이다. 그는 또 “미국만 짐을 짊어지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면서 다른 나라들의 군사작전 책임이나 비용 분담을 압박했다. 기자들과 만나선 “우리(미군)는 전 세계에 걸쳐 퍼져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들어보지도 못한 나라에도 있다”며 “솔직히 말해 터무니없는 일”이라고도 했다. 또 “부자 나라들은 그들 국방의 막대한 부분을 미국이 지불할 것으로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리아 철군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는 시리아에서 미군의 작전을 연장해달라는 장군들의 요구를 거부했으며 앞으로도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라크에서 5000명가량 주둔 중인 미군을 철수할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란과 맞서고 다시 시리아에 진입할 상황이 생길 때를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이라크 기지를 중동 정세에 대응하는 거점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라크 방문 목적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곳에 와서 우리의 위대하고 훌륭한 군인들에게 존경심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여정이 얼마나 위험한 것이었는지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멜라니아의 안전이 걱정됐다면서 “모든 창문을 닫은 채 비행기는 칠흑같이 어두워졌다. 비행기를 많이 타봤지만 그런 적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 주둔 미군에 대해 자주 언급하면서도 전투지역에 배치된 미군 기지를 방문하지 않아 비판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이번 방문에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AFP통신은 “셧다운에 따른 혼란, 트럼프 대통령의 탈세 의혹, 러시아 스캔들 수사 등 국내 정치적 문제로부터 (국민의) 관심을 돌리게 해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결정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사임 의사를 밝혔고, 이번 일정에 동행하지 않았다. 이번 방문은 트럼프의 군 통수권자로서 리더십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알아사드 공군기지는 한때 이슬람국가(IS)가 점령했던 곳이다. 미국이 지원하는 이라크 군대가 다시 탈환했다. 미군의 IS 격퇴전 성과를 부각시킬 수 있는 상징적인 기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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