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위현장서 ‘유혈 충돌’ 부추기는 자경단

2020.09.01 20:35 입력 2020.09.01 21:02 수정

‘도시 지키겠다’는 무장단체

경찰, 방어 용인…피격 사건

커노샤 총격 용의자 두고는

트럼프 ‘자기방어권’ 두둔

미국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벌어지는 곳곳에서 시위대와 자경단 간 충돌이 격해지고 있다. 최근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선 시위대 2명이,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 1명이 각각 총격을 받아 숨졌다. ‘도시를 지키겠다’며 법 집행관처럼 행동하는 ‘무장’한 자경단을 경찰 당국이 용인·독려함으로써 폭력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인종차별 항의 시위 현장엔 어김없이 ‘무장한 시민들(단체)’이 등장했다. 공공기관 건물과 지역 가게들을 지키겠다며 시위대와 맞섰다. 경찰 숭배자인 개인부터 퇴역 군인, 은퇴한 경찰 등 훈련받은 이들로 꾸려진 단체, 백인우월주의를 퍼뜨리려는 세력까지 그 면면도 다양하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영국의 급진우익 분석센터의 연구원인 알렉산더 레이드 로스는 지난 5월 이후 미국 내 약 300개 카운티에서 발생한 ‘무장 민간인(단체)’에 의한 협박 또는 폭력 사건을 497건으로 집계했다.

문제는 ‘유혈 충돌’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커노샤에선 지난달 23일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가 경찰 총격으로 크게 다친 후 시위 사흘째인 지난달 26일 백인 소년 카일 리튼하우스(17)가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쏴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우익정치 연구자인 조 론디스 오리건대 정치학 교수는 지난달 29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커노샤 총격 사건은 어떤 문턱을 넘어버린 것 같다. 이번 사건이 촉매제가 될까 걱정스럽다”고 했다.

커노샤 사건 사흘 만인 지난달 29일 포틀랜드에서 시위대와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 간 충돌 과정에서 트럼프 지지자 1명이 총격을 받아 숨졌다. 다만 1일 현재까지 포틀랜드 총격 사건의 용의자는 확정되지 않았다.

경찰 당국이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지난 5월 텍사스주 후드 카운티의 한 경찰관은 시위대의 약탈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오스 키퍼스(Oath Keepers·맹세를 지키는 사람들)’란 무장단체에 도심 방어에 나서달라고 했다. 워싱턴주 스노호미시 카운티에선 남부연합기를 든 무장단체를 환영한 경찰서장이 지난 6월 사임했다.

뉴멕시코주 베르나릴오 카운티에서도 6월 전직 보안관의 아들이 시위대에 총격을 가했고, 1명이 다쳤다. 이 남성이 시위대에 먼저 도발한 사실을 밝혀낸 라울 토레스 베르날리오 카운티 지방검사는 “경찰, 지방검사, 사법당국은 공공재산을 지키는 것은 법 집행관들의 일이고, 그들(자경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과 정치인들의 선동도 노골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커노샤 총격 용의자인 리튼하우스가 시위 현장에서 “죽었을지도 모른다”면서 자기방어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두둔했다. 또 커노샤 시위대의 죽음에 대해선 침묵한 채, 포틀랜드 시위 사망자는 ‘애국자’로 치켜세웠다. 폭스뉴스 진행자 터커 칼슨도 리튼하우스의 행동을 옹호했다.

인종차별 항의 시위는 다시 대선 이슈로 부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커노샤 시장과 위스콘신 주지사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일 커노샤를 방문해 “법과 질서”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커노샤 방문을 하루 앞두고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현장 유세를 재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폭력을 부추기려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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