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좌파 정권의 짧은 허니문...불리한 대내외 환경에 발목 잡힌 핑크타이드 2.0

2022.08.01 17:01 입력 2022.08.01 17:05 수정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왼쪽)과 프란시스 마르케스 콜롬비아 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칠레 수도 산티아고 대통령궁에서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왼쪽)과 프란시스 마르케스 콜롬비아 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칠레 수도 산티아고 대통령궁에서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남미 주요 국가에서 두 번째 ‘핑크타이드(좌파 물결)’가 확산되고 있지만 높은 인플레이션과 정치적 양극화 등으로 좌파 대통령의 임기 초반 허니문이 오래가지는 못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핑크타이드가 1차 때보다 빨리 퇴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2018년 12월 멕시코에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정권이 출범한 이후 아르헨티나(2019년 12월), 페루(2021년 7월), 칠레(2022년 3월)에서 차례로 좌파 정권이 출범됐다. 지난 6월 콜롬비아 대선에선 사상 최초로 좌파 정치인 구스타보 페트로 후보가 승리하면서 오는 7일 취임을 앞두고 있다. 오는 10월 브라질 대선에서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의 승리가 유력해 중남미 경제 규모 상위 6개국에 모두 좌파 정권이 들어설 전망이다. 1990년대 후반에 이은 핑크타이드 시즌2라고 할 수 있다. 고질적인 빈곤과 불평등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노와 새로운 변화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좌파 정권을 다시 불러낸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집권 5년 차에도 60%를 넘는 지지율을 기록 중인 멕시코의 오브라도르 대통령을 제외하면 중남미 좌파 대통령들의 성적은 좋지 않다. 집권 1년이 지난 페드로 카스티요 페루 대통령의 지지율은 10%대로 떨어졌다. 카스티요 정권은 출범 6개월 만에 총리만 3명이 교체되는 등 극도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 자신은 이미 두 차례 탄핵 고비를 넘겼고 직권남용 등 5건의 범죄혐의와 관련해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집권 5개월도 안 된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를 기록하고 있다. 보리치 대통령은 양성평등, 원주민 권리, 사회보장 등을 강화하는 헌법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오는 9월 국민투표 통과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다. 집권 4년 차인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도 부정 평가가 70%를 넘는다. 지난달 페루와 아르헨티나에서는 고물가에 항의하는 노동조합과 시민들의 격렬한 시위가 일어났다.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연료와 식료품 등 생필품 가격이 치솟으면서 가뜩이나 코로나19 팬데믹의 충격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민들이 좌절한 것이 지지율 하락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중남미 전문매체 아메리카스쿼털리는 지금의 국제적 환경이 1차 핑크타이드와 비교해 좌파 정권에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1차 때는 석유 등 원자재 가격상승과 미국 금리 인하가 맞물리며 경제적 여유가 있었던 반면 현재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불안, 코로나19 대응에 따른 재정적 압박 등이 겹친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위기) 상황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중남미 각국에서 정치적 양극화가 첨예해지면서 정치적 통합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메리카스쿼털리는 “이처럼 적대적인 국제 환경을 고려할 때 2차 핑크타이드는 1차 때보다 훨씬 짧게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오는 7일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는 콜롬비아의 페트로 당선인은 정적이자 콜롬비아 우파 정치의 대부로 불리는 알바로 우리베 전 대통령을 만나 통합을 강조했다. 또 재무장관으로는 미국 예일대 출신의 보수성향 경제학자 호세 안토니오 오캄포 교수를 임명했다. 급격한 ‘좌회전’에 따른 기득권층의 반발을 무마하고 집권 초기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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