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 탈레반·IS 싸움에 아프간 소수민족이 위험하다

2021.10.10 21:35 입력 2021.10.10 21:36 수정

IS-K, 하자라족 노린 자살 폭탄 테러에 위구르족 반군 동원

탈레반의 ‘치안’ 위협…무슬림 탄압하는 중국에 경고·압박

미군이 떠난 아프가니스탄에서 이슬람 수니파 정권 탈레반과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의 싸움이 격화하고 있다. IS는 민간인을 겨냥한 테러를 감행하고 탈레반은 IS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아프간 내 소수민족들이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

IS의 아프간 분파조직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이 8일 북부 쿤두즈의 한 시아파 모스크에서 자살 폭탄 테러를 감행해 16세 소년을 비롯해 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아프간 매체 톨로뉴스가 보도했다. 시아파 종교학자인 라자비는 “우리 정보에 따르면 약 120명의 시신이 묘지에 매장됐고 160명이 부상했다”고 말했다.

사상자의 상당수는 아프간 인구의 10%를 차지하는 몽골계 소수민족 하자라족이었다. 페르시아 방언을 쓰는 하자라족은 이슬람 시아파라는 이유로 수니파 극단주의 조직인 IS-K의 표적이 돼 왔다. IS-K는 지난 5월에도 카불 서부의 하자라족 집단거주지의 한 학교에서 차량 폭탄 테러를 감행해 하자라족을 60명 넘게 살해했다.

IS-K는 성명을 통해 “순교자는 탈레반이 국외로 추방하려고 한 위구르족 무슬림”이라며 “모스크에 모인 시아파들 사이에서 자폭 조끼를 작동시켰다”고 밝혔다. 탈레반이 최근 중국과 협력해 아프간 내 위구르족을 추방하려 하자 이에 반발하는 위구르족을 테러에 투입한 것이다. 굳이 위구르족 무슬림이 테러범이라고 밝힌 것은 언제든 테러가 중국을 향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 정책에 대해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이번 테러로 탈레반과 중국 모두 골머리를 앓게 됐다. 안정적인 집권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탈레반에 IS-K의 테러는 치안 유지의 최대 걸림돌이다. AP통신은 “IS는 안전을 지켜주겠다는 탈레반의 공약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장위구르 자치구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을 견제하는 중국에도 IS의 존재는 위협이 된다. 유엔은 지난 6월 보고서에서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하기 몇 달 전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지역에서 위구르족 무장세력 일부가 아프간으로 넘어갔고, 그중 일부는 IS와 손을 잡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중국은 그간 탈레반에 ETIM과의 관계를 끊으라고 요구해왔고, 중국의 경제 지원이 절실한 탈레반은 이를 받아들여 최근 중국과 국경 지역에서 위구르족 반군 제거 작전까지 벌였다. 중국은 탈레반에 아프간 내 위구르족 무장세력을 넘겨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IS 대원이나 반군이 아닌 아프간 내 위구르족까지 중국으로 끌려갈까 떨고 있다는 점이다. 아프간에 사는 위구르족의 인구는 2000~3000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수십년 전 중국의 탄압을 피해 아프간으로 건너왔고, 상당수가 중국이나 IS와는 상관없는 2세대 이민자들이다. 미국 키신저연구소의 브래들리 자딘 연구원은 “아프간 사태의 위험은 위구르족을 무장세력으로 규정하는 것이 얼마나 쉬운가에 있다”면서 “중국은 위구르 무장세력이라는 말을 남용해왔고 위구르족 중 실제 누가 무장세력인지 구분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하자라족도 IS뿐 아니라 탈레반 일각으로부터도 안전에 위협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탈레반군 일부가 지난 8월 키디르 지역의 한 마을에서 17세 소녀를 포함한 하자라족 13명을 살해했다고 국제앰네스티가 밝혔다. 탈레반은 공식적으로는 살해 의혹을 부인했으나 오랜 기간 반군 게릴라전을 수행해온 탈레반의 특성상 중앙정부의 통제가 지방까지 닿지 않을 수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아프간 최대 종족인 파슈툰족을 기반으로 하는 탈레반은 하자라족을 차별해왔다.

탈레반과 IS는 모두 수니파이지만 서로 앙숙 관계다. IS는 미국과 평화협상을 한 탈레반을 배신자로 여긴다. IS-K는 지난 8월26일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180명의 목숨을 앗아간 자살 폭탄 테러 공격을 했다. 지난달 18일엔 동부 낭가하르주의 주도 잘랄라바드와 수도 카불에서 어린이를 비롯해 사상자 37명을 낸 연쇄 폭탄 공격을 했다. 탈레반은 IS 소탕 작전으로 맞서고 있다. 탈레반은 지난달 낭가하르주에서 IS-K 대원 최소 80명을 체포했고, 지난 3일과 5일에는 카불의 IS-K 은신처를 급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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