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중 하나 골라야 한다면…동남아인들의 선택은

2024.04.03 14:49 입력 2024.04.03 16:13 수정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미 대사관 앞에서 지난해 12월22일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가 열렸다. EPA연합뉴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미 대사관 앞에서 지난해 12월22일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가 열렸다. EPA연합뉴스

미·중 갈등 구도 속에서 동남아인들이 미국보다 중국을 파트너로서 선호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3일(현지시간) 싱가포르 ISEAS-유소프이삭연구소가 발표한 ‘2024 동남아 현황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이 현재의 미·중 갈등에서 한 국가를 택해야 한다면 어디를 고르겠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0.5%가 중국을 꼽았다. 미국은 49.5%로 근소하게 뒤처졌다. 중국은 지난해 38.9%에서 약 12%포인트 가까이 상승했지만, 미국은 지난해 61.1%에서 떨어졌다.

2019년부터 실시해온 이 여론조사에서 중국이 미국을 앞지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말레이시아(75.1%), 인도네시아(73.2%), 라오스(70.6%), 브루나이(70.1%)와 태국(52.2%)에서 중국을 택한 응답이 높았다. 지난해 조사보다 20%포인트 이상 상승한 수치다. 이들 국가가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혜택을 받았으며 중국과 밀접한 경제 관계를 구축했다는 점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반면 미국을 향한 지지는 필리핀(83.3%), 베트남(79%), 싱가포르(61.5%), 미얀마(57.7%) 등에서 높았다. 필리핀과 베트남은 중국과 남중국해(서필리핀해·동해)를 둘러싸고 마찰을 빚고 있다. 미국의 동맹인 필리핀에서 미국을 택한 응답은 지난해 78.8%보다 더 올라 올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 밖에도 중국은 동남아에 가장 경제적으로 영향력 있는 국가(59.5%), 전략적 힘을 가진 국가(43.9%)로도 꼽혔다. 아세안의 11개 대화 상대국 중에서도 중국은 ‘전략적 관계성’ 측면에서 11점 만점에 8.98점으로 미국(8.79), 일본(7.48) 등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지난 1월3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한 여성이 음력설 맞이 장식으로 꾸며진 차이나타운 거리를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월3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한 여성이 음력설 맞이 장식으로 꾸며진 차이나타운 거리를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러나 주요 강대국을 향한 신뢰를 물었을 땐 일본(58.9%)이 1위였으며, 미국(42.4%)이 뒤를 이었다. 응답자 50.1%는 중국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으며, 그중 45.5%는 중국이 군사적·경제적으로 동남아의 주권과 이권을 위협할 것을 우려했다.

연구에 참여한 섀런 세아 연구원은 “균형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수년 내로 동남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다. 양자 선택에서의 변화를 주목할 가치가 있다”면서도 “중국의 인기는 소프트파워 영향력과 일치하지 않는다. 중국이 ‘옳은 일을 한다’는 신뢰도는 낮아졌지만 불신은 소폭 높아졌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밝혔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 41.8%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가장 큰 지정학적 우려로 꼽았다. 말레이시아·브루나이·인도네시아 등 국민 다수가 무슬림인 국가에서 특히 우려가 컸다.

자 이안 총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친이스라엘 태도를 보인) 미국의 의지는 미국의 국제 질서 약속에 대한 신뢰를 깎았다”며 “이는 동남아에 무슬림 인구가 많다는 사실 그 이상을 보여준다”고 SCMP에 밝혔다. 그는 또 “(중국이)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다. 강대국이 과도하거나 불합리한 행동을 하면 신뢰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이번 연구는 지난 1월부터 2월까지 동남아인 1994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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