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점진개혁 선언 ‘장쩌민 껴안기’

2003.07.01 18:45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점진적인 개혁을 선언했다. 급진적인 개혁을 추진하기보다 전임자인 장쩌민(江澤民)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끌어안고 가면서 개혁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낸 것이다. 후진타오 총서기는 1일 중국 공산당 창당 82주년을 맞아 베이징(北京)에서 개막된 당 중앙정책연구실과 중국 사회과학원·인민해방군 총정치부 공동주최 ‘3개 대표 이론 학습’ 세미나에 참석, 연설을 통해 “3개 대표 이론은 21세기 중국화된 마르크스주의”라고 강조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후총서기는 “3개 대표 이론은 신세기, 새 단계에 접어든 전체 당과 전체 인민이 2020년 전면적인 소강(小康)사회(모든 국민이 먹고 살 만한 수준에 오르는 것) 건설을 이루는 근본지침”이라고 말했다. ‘3개 대표 이론’이란 장쩌민이 주창한 것으로 공산당이 ▲선진 생산력의 대표이며 ▲선진 문화의 대표 ▲방대한 인민 이익의 대표라는 개념이다.

당초 예상된 공산당 당내 민주화 등 정치개혁은 후진타오가 언급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21세기, 새 단계 등을 강조한 것으로 미뤄볼 때 그가 개혁의 불가피성은 강조한 것으로 추정된다.

후총서기가 장쩌민의 이론을 배우자고 들고 나온 것은 군을 장악하고 공산당 최고 권력기관인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상무위원 절반을 측근으로 전진 배치한 장주석의 영향력을 감안한 ‘시간 벌기’ 전략으로 풀이된다. 장주석과의 갈등이나 불화설을 일단 잠재운 뒤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복안을 엿볼 수 있다.

그렇다고 후총서기의 정치개혁에 대한 열정이 식었다고 속단하기는 어렵다. 신화통신 자매지인 랴오왕(瞭望)은 최근호에서 향장(鄕長)·현장(縣長)의 직선제를 주장하는 국가행정학원의 보구이리(薄貴利) 부주임이 쓴 논문을 게재했다.

1998년부터 시행중인 촌(村)관리위원회 주임(村長) 직선에서 더 나아가 시장(市長)에 버금가는 현장을 직선으로 뽑겠다는 개혁안이 관영 잡지에 실린 것은 앞으로 나아갈 정치개혁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후총서기는 이날 창당 기념식에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자 예년과 같은 기념식 자체를 아예 취소하고 세미나에 참석, 연설을 한 뒤 짤막한 연설문을 신화통신을 통해 보도하도록 하는 방식을 취했다. 드러나지 않고 조신하게, 실무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그의 업무 스타일을 엿보게 해주는 대목이다.

이날 발언을 계기로 그가 앞으로 장쩌민 주석의 후광에서 얼마나 빨리 벗어날지는 계속 관심거리로 남아 있게 됐다.

가을에 열리는 중국 공산당 제16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장쩌민 주석이 군사위 주석직을 후진타오 총서기에게 넘겨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베이징/홍인표특파원 iph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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