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대국 된 중국, 인민들은 이제 행복을 원한다

2011.03.01 21:17 입력 2011.03.01 22:26 수정
베이징 | 조운찬 특파원

인민일보 양회 앞둔 여론조사…사회보장이 최대 관심사로

<b>재스민 집회는 무산 됐지만… 정치개혁도 관심</b> 지난달 27일 중국 베이징 왕푸징 거리의 KFC 앞에서 공안들이 경찰견을 앞세우고 삼엄한 경계를 하고 있다. 중동 민주화 시위에 고무받아 예고됐던 이날의 2차 ‘재스민 집회’는 결국 무산됐다.  베이징 | 블룸버그 연합뉴스

재스민 집회는 무산 됐지만… 정치개혁도 관심 지난달 27일 중국 베이징 왕푸징 거리의 KFC 앞에서 공안들이 경찰견을 앞세우고 삼엄한 경계를 하고 있다. 중동 민주화 시위에 고무받아 예고됐던 이날의 2차 ‘재스민 집회’는 결국 무산됐다. 베이징 | 블룸버그 연합뉴스

“유전자변형 콩으로 만든 식용유가 걱정입니다. 며칠 전에는 방울토마토가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이라고 들었는데, 어찌 먹을 수 있겠습니까. 사업하는 사람들이야 이익을 바라고 하는 일이겠지만 최소한의 도덕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인성이 결여되면서 인간에 대한 안전의식도 점점 낮아지는 것 같습니다.”

“유전자변형 콩으로 만든 식용유가 걱정입니다. 며칠 전에는 방울토마토가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이라고 들었는데, 어찌 먹을 수 있겠습니까. 사업하는 사람들이야 이익을 바라고 하는 일이겠지만 최소한의 도덕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인성이 결여되면서 인간에 대한 안전의식도 점점 낮아지는 것 같습니다.”

정치인들도 인민의 요구 수용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올해 양화를 앞두고 지난달 정부 공식 포털사이트인 중국정부망과 관영신화통신사이트 신화망에서 인민과 대화를 하고 있다. 베이징 | 신화연합뉴스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올해 양화를 앞두고 지난달 정부 공식 포털사이트인 중국정부망과 관영신화통신사이트 신화망에서 인민과 대화를 하고 있다. 베이징 | 신화연합뉴스

지난달 26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인터넷사이트 인민망에 올라온 글이다. 인민망은 매년 양회(兩會)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를 앞두고 인터넷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인민망이 양회에 앞서 여론조사를 시작한 것은 2002년. 조사결과는 지난 9년 사이 중국 인민들의 관심사가 조금씩 변화하는 현상을 한눈에 보여준다.

2002년 양회 여론조사에서 중국 국민의 관심사는 ‘부정부패 척결’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인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 ‘농가 수입 증대’ ‘사법 공정성 실현’ ‘취업난 해소’가 1~5위를 기록했다. ‘치안 강화’ ‘농촌 의료보험 개혁’ ‘경제성장 지속’ 등에 대한 요구가 뒤를 이었다. 9년이 흘러 2011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사회보장’이 1위를 차지했다. ‘사법부의 공정성’은 2위였으며 9년 전 1위였던 ‘부정부패 척결’은 3위로 내려갔다.

경제대국 된 중국, 인민들은 이제 행복을 원한다

올해 여론조사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예전에 볼 수 없었던 행복, 인권, 환경 등 삶의 기본권에 대한 욕구가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B형 간염 보균자에 대한 취업 차별 해소’ ‘강제철거자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 마련’ 등 소수자에 대한 관심도 눈에 띄게 늘었다.

최근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행복’이라는 단어가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인민일보는 양회에 앞서 열린 지방 양회에서 ‘행복’이 최대 유행어가 됐다며 성장, 시장 등 지방 정치인들의 행복론을 전했다. 지난달 류치 베이징시 서기는 “12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12·5계획, 2011~2015년)을 통과시켜 인민들의 생활을 행복하게 하자”며 정책의 우선순위가 인민의 행복에 있음을 천명했다.

차기 정권의 유력한 상무위원 후보로 지목되고 있는 왕양 광둥성 서기는 “행복은 꽃과 같은 것으로 활짝 피게 해야 하고, 광주리에 담아놔서는 안된다”며 독특한 행복론을 펼쳤다.

원자바오 총리도 지난달 27일 ‘네티즌과의 대화’에서 행복론을 피력했다. 그는 ‘행복의 기준은 무엇이며 인민의 행복감을 어떻게 높일 수 있느냐’는 네티즌의 질문에 “인민의 생활이 편안하고 미래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을 때 행복하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이 행복 등 삶의 질에 눈을 뜨고 있는 것은 중국 발전전략이 지난 30년간 선부론(先富論·능력 있는 자가 먼저 부자가 되어 그 효과를 나누자는 성장우선주의)에서 균부론(均富論·성장에 앞서 부의 분배를 중시하는 전략)으로 바뀌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중국은 지난 30년간 개혁·개방과 성장주의를 앞세우며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다. 특히 2008~2009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국내총생산(GDP) 세계 2위, 수출액 세계 1위에 올랐다.

원자바오도 ‘행복론’ 피력

소외층 보호 균형발전 위해 지방 양회는 성장목표 낮춰
올해부터 12·5계획 시작… 경제 패러다임 변화에 촉각

그러나 외형적 성장은 불균등, 부조화, 지속불가능한 발전을 낳았다. 경제규모에서는 세계 2위이지만 1인당 소득은 96위에 불과하다. 똑같은 성(省)이지만, 동부의 장쑤성은 1인당 GDP가 7000달러를 넘는 반면 남부의 구이저우는 1500달러도 되지 않는다. 선부론이 가져온 그늘을 균부론으로 치유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중국 정부는 올해 시작되는 12·5계획의 기치로 ‘포용적 성장(소외계층을 보호하는 균형있고 조화로운 사회발전)’을 내걸었다. 기존의 경제정책이 국부(國富)에 초점을 맞춘 양적인 성장이었다면 12·5계획은 민부(民富)에 무게를 둔 질적인 발전을 모색한다. 중앙 양회에 앞서 열린 지방 양회에서는 벌써부터 정책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끝난 지방 양회에서 베이징, 상하이, 광둥성, 저장성 등은 향후 5년의 경제성장 목표치를 한자릿수로 낮췄다. 원자바오 총리는 지난달 27일 12·5계획 기간 경제발전의 질과 효율을 높이기 위해 성장목표를 종전의 8%에서 7%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베이징시는 시민의 의료비 분담률을 현행 40%에서 2015년까지 30%로 낮출 것이라는 계획을 내놓았다. 천주 위생부장은 현재 73세인 기대수명을 5년내로 74.5세로 높이고 5세 이하 영·유아의 사망률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전인대 상임위원회는 지난달 25일 사형 판결을 내릴 수 있는 범죄 항목을 종전의 68개에서 55개로 축소하는 내용이 담긴 형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세계 최다 사형 집행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고육책이기만 인권 신장에 한걸음 나아가는 지표인 것만은 분명하다.

양회의 ‘행동강령’채택 관심

중국 관영매체들은 올해 양회가 중국 사회를 한 단계 발전시키기 위한 ‘행동강령’을 제정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들도 12·5계획이 중국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며 예의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책 변화가 인민의 삶의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경제전망 전문기관 IHS 글로벌 인사이트의 중국 담당 애널리스트 앨리스테어 손턴은 지난달 27일 AP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로드맵은 명백하지만 정치적 의지와 파워가 충분한지 지켜봐야 한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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