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쇄 투신’ 파문에 자살방지 대책 마련한다더니…

2011.05.01 21:45
베이징 | 조운찬 특파원

팍스콘 ‘자살 않겠다’ 서약 받아 물의

‘노동자 연쇄 투신’ 파문에 자살방지 대책 마련한다더니…

지난해 노동자 연쇄 투신으로 파문을 일으킨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제조업체인 팍스콘(富士康)이 노동자들로부터 ‘자살을 않겠다’는 서약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비정부기구(NGO)가 발간한 근로환경 보고서를 인용, 아이폰을 비롯해 미국 애플사의 전자제품을 하청받아 생산하는 중국 내 팍스콘 공장 두 곳에서 노동자들로부터 ‘자살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다국적기업 연구센터(CRMC)와 ‘불량기업에 맞서는 학생들과 학자들(SACOM)’ 등 국제 NGO들은 최근 선전과 청두 일대의 팍스콘 공장 노동자를 대상으로 근로환경을 조사했다. 이들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팍스콘은 지난해 잇따른 자살 사태 이후 공장 근로자들을 상대로 ‘자살을 하지 않을 것이며 자신의 생명을 귀하게 여길 것’이라는 ‘반(反)자살’ 각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광둥성 선전, 장쑤성 쿤산 등 팍스콘 공장에서는 모두 16명의 노동자들이 투신하거나 손목 자해 등 자살을 시도, 이 중 11명이 숨지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이후 팍스콘 측은 심리상담사 채용, 정신과 전문의 초빙, 방호망 설치 등 자살 방지대책 마련에 나섰다. 또 팍스콘에 하청을 준 애플, 노키아 등과 미국의 노동운동단체들이 현장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당시 언론과 전문가들은 팍스콘사의 열악한 근로조건과 노동자에 대한 비인간적인 처우 등을 자살의 원인으로 추정했으나 정확한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또 자살에 반대하는 각서를 받는다는 소문도 나돌기도 했다.

이번 보고서는 그간의 풍문이 대부분 사실임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중국 노동법상 노동자는 초과근무를 한 달에 36시간을 넘길 수 없게 돼 있지만, 팍스콘의 노동자는 한 달에 최장 98시간 초과근무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물량이 많은 경우 13일에 하루꼴로 휴식한 것으로 조사됐다.

회사 측의 비인간적인 대우도 적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기숙사 한 곳에서 많게는 24명이 숙식을 함께하며 엄격한 규칙을 적용받고 있었다. 한 노동자는 기숙사에서 사용이 금지된 헤어드라이어를 썼다는 사실을 반성하는 ‘자백서’에 서명하도록 강요받았다. 또 일부 공장에서는 실적이 좋지 않은 근로자들을 동료들 앞에 불러세워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NGO 조사 결과에 대해 팍스콘 측은 노동자들이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하기도 하지만 초과근무는 자원자에 한해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기본 급여가 너무 낮아 회사 측의 초과근무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처지라고 보고서는 전했다. 애플의 아이폰 등을 생산하는 청두 공장 노동자의 한 달 기본급 평균임금은 1350위안(약 23만원)이다.

지난해 연쇄 자살 사태 이후 팍스콘 측은 최저임금을 2배로 올리는 등 노동자 처우 개선을 약속했다. 그러나 일부 공장에서 근로환경이 나아지지 않은 것은 최근 아이폰 등 첨단 IT 제품의 주문량이 쇄도하면서 정상적인 노동조건에서는 생산량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아이패드 생산을 시작한 팍스콘은 2013년까지 1억대의 생산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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