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심의 ‘창’이냐, 중국이 미는 ‘람’이냐

2017.03.22 21:34 입력 2017.03.22 21:36 수정

창, 친서민 행보로 행정장관 선거 앞두고 지지율 과반

친중 성향 선거인단은 람 지지…창이 당선될 확률 낮아

홍콩 민심의 ‘창’이냐, 중국이 미는 ‘람’이냐

26일 행정장관 선거를 앞두고 있는 홍콩에서 가장 주목받는 후보는 존 창(曾俊華·66)이다. 현지 매체들의 보도만 봐도 높은 인기를 가늠할 수 있다. 22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홍콩대의 이달 중순 여론조사에서 창의 지지율은 52.8%로 절반을 넘어섰다. 전달보다 13.6%포인트나 오른 수치다.

총리 격인 정무사장을 지낸 여성 후보 캐리 람(林鄭月娥·60)은 32.1%, 판사 출신 우궉힝(胡國興·70)의 지지율은 10.1%로 지난달과 큰 차이가 없었다.

콧수염과 둥근 얼굴형이 유명 과자 캐릭터를 닮았다고 해서 ‘프링글스 아저씨’라는 별명을 가진 창은 친근한 이미지가 강점이다. 높은 인기에 힘입어 행정장관 후보로서는 처음으로 시민들에게 선거자금을 모금하기도 했다. 홍콩에서 태어난 그는 13세에 미국으로 이민가 학업을 마친 후 서른 살이 넘어 돌아왔다.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재정사장(재무장관)을 맡아 홍콩의 살림을 책임졌던 창은 정부가 세율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민들은 팍팍해진 살림살이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창은 시민들과 스스럼없이 사진을 찍거나 춤추는 등 친서민적인 행보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친중 성향이지만 정치색이 강하게 드러나지 않아 범민주파의 지지도 받고 있다.

문제는 선거제도다. 아무리 지지율이 높은들, 창이 당선될 확률은 낮다. 홍콩 행정수반인 행정장관은 간접선거로 뽑기 때문이다. 미국처럼 유권자들이 선거인단을 뽑고, 선거인단이 행정장관을 뽑는 구조다. 그런데 선거인단을 뽑는 권리 자체가 350만 유권자 중 25만명에게만 주어진다. 주로 기업가, 직종단체 임원, 문화·종교·교육·법조계 등 직능별 대표, 지방의원 등이 선거인단 1200명을 뽑는데 대부분 친중 성향 인사들로 채워진다. 당선되기 위해 선거인단 과반인 601표를 얻으려면 중국 당국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중국은 람을 지지하고 있다.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은 이달 초 홍콩 인사들과 만나 “람은 중국이 지지하는 유일한 후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람은 ‘홍콩의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행정가다. 2007년 2대 행정장관 도널드 창 행정부에서는 개발국장으로, 3대 렁춘잉 체제에서는 정무사장을 역임하며 2인자로 일했다. 2014년 우산혁명 때 학생 대표들과 공개 토론을 하면서 한 치 양보 없는 강경 입장을 보인 뒤 중국 당국의 눈에 들었다. 람은 친중 성향 외에도 현실과 동떨어진 행보 때문에 비난을 받았다. 그는 올해 1월 정무사장 사퇴 직후 “화장실 휴지가 떨어져서 택시를 타고 옛 관저로 가서 몇 통 가져왔다”고 했다.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왔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말이었지만 “휴지 사는 법도 모르냐”는 조롱을 받았다.

항간에서는 범민주파 야권의 지지를 업고 창이 이변을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중국이 람을 밀수록 홍콩 민심은 창에게로 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이 미는 람을 이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현실론이 훨씬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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