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 중국 인민은행장 깜짝 유임…경제는 ‘안정성·연속성’에 방점

2023.03.12 21:24 입력 2023.03.12 21:25 수정

류쿤·왕원타오 실무팀 잔류
내수 통한 경제 회복 나설 듯

리창 ‘친기업·친시장적’ 평가
신임 얻는다면 ‘실세’ 가능성

리창 신임 중국 국무원 총리는 지난 1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14기 1차 회의 제4차 전체회의에서 총리에 선출된 뒤 사회자의 확정 발표가 나오자 약간은 긴장되고 상기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전인대 대표들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이어 옆자리에 있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다가가 두 손을 모아 악수를 하고 퇴임하는 리커창(李克强) 총리에게도 악수를 청했다.

향후 5년간 중국 경제와 행정부를 책임질 리창 신임 총리는 시 주석의 최측근이자 ‘심복’으로 통한다. 중국은 국가주석이 외교·국방 등을 책임지고, 총리가 경제정책 등을 총괄하는 관례적 역할 분담이 있다. 하지만 지난 10년의 시 주석 집권기 1인 권력이 강화됐고, 그의 비서실장으로 불렸던 인물이 총리에 취임하면서 경제정책을 포함한 국정운영 전반에서 시 주석의 입김이 강화되고 총리의 역할은 더욱 축소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리 총리는 통상 총리가 되기 전 부총리를 거치는 관례에서도 예외가 됐고, 중앙정부에서 경제정책 등에 깊이 관여해 본 경험이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다만 리 총리는 시 주석 집권 이후 저장(浙江)성 성장과 장쑤(江蘇)성 당 서기, 상하이시 당 서기 등으로 승승장구하며 중국 최대 경제권인 ‘창장(長江·양쯔강) 삼각주’ 지역을 두루 이끈 경험이 있다. 또 상하이 당 서기 재임 때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상하이 공장 설립 등을 이끈 경험 때문에 ‘친기업·친시장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시 주석의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일정한 자율성과 권한을 확보한다면 오히려 ‘실세 총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리 총리가 이끌 중국 경제정책 방향은 아직 베일 속에 있지만 그와 함께 경제정책을 책임질 다른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안정성과 연속성을 중시하는 기조가 엿보인다. 이번 전인대에서는 ‘시진핑의 경제 책사’로 불렸던 류허(劉鶴) 부총리가 물러나고 허리펑(何立峰)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이 경제 담당 부총리에 임명됐는데, 그 역시 시 주석의 측근으로 집권 2기 거시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각 부처 장관급 인사에서 교체가 유력시됐던 이강(易鋼) 인민은행 행장과 류쿤(劉昆) 재정부장, 왕원타오(王文濤) 상무부장 등 경제 관료들이 대부분 유임된 것도 중국이 경제정책의 안정성과 연속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깜짝 유임’ 인사라는 평을 들은 이강 행장은 안정지향적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인사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에 그치고 경제 회복이 시급한 상황에서 전면적인 경제라인 개편을 통해 변화를 주기보다는 ‘안정 속 성장’ 기조를 유지하며 기존에 추진해 온 정책들을 내실 있게 이어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볼 수 있다. 이는 리 총리와 허 부총리가 이끄는 시 주석 집권 3기 경제팀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중국 새 내각의 경제팀은 새로운 경제정책 방향을 짜기보다는 지난해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강조한 것과 같이 올 한 해 안정 중시 기조를 견지하면서 내수 확대를 통한 경제 회복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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