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로셰비치 체포배경·전망

2001.04.01 19:04

‘발칸의 맹주’를 자처해온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을 체포한 것은 유고 정부로서도 큰 부담이며 모험이었다. 이제 국제사회의 관심은 유고 정부가 밀로셰비치를 국제전범 법정에 세울 것인가에 쏠려 있다.

▲왜 체포했나=당초 밀로셰비치 단죄는 물건너간 것처럼 보였다. 무엇보다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 유고 대통령이 그를 처벌하는 데 반대했다. 밀로셰비치를 누르고 지난해 10월 무혈혁명으로 권좌에 오른 코슈투니차로서는 민족간 정치적 화합을 꾀하는 게 큰 숙제였고, 국제사회의 압력에도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최근까지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에 밀로셰비치 신병을 인도하라는 국제여론에 귀를 막았다.

그러다 코슈투니차 대통령이 돌연 입장을 번복하게 된 데는 국제사회의 계속된 압력으로 국내에서 갈등과 분열이 일었던 게 컸다. 밀로셰비치 사법처리를 둘러싸고 세르비아 공화국과 유고 연방은 티격태격했다.

조란 진지치 세르비아 공화국 총리와 블라단 바티치 세르비아 법무장관은 재판 회부를 강력히 요구하면서 유고 연방을 압박했다. 그냥 방치했다간 정치권력간 충돌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정치적 부담으로 따지자면 밀로셰비치를 체포하는 쪽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손실이 적었다. 일단 급한 불은 끄고 봐야 한다는 절박감이 코슈투니차의 결단을 끌어낸 셈이다.

미국이 설정한 데드라인(3월31일) 하루 전에 체포작전을 지시한 대목은 보다 현실적인 이유를 가늠케 한다. 미국은 이날까지 체포하지 않으면 1억달러 상당의 유고 경제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해왔다.

또 라데 마르코비치 전 비밀경찰 총수 등 밀로셰비치의 측근들이 잇따라 체포되면서 밀로셰비치에 대한 사법처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많았다.

▲국제유고전범재판소에 세울 수 있을까=밀로셰비치는 지난 91∼94년 보스니아내 회교계에 대한 ‘인종청소’를 자행하는 등 반인륜적인 범죄행위 혐의를 받고 있다. 유고 정부는 일단 그를 전범 혐의가 아닌 직권남용과 부패 등 혐의로 국내법정에 세웠다.

미하일로프 세르비아 내무장관은 경찰의 밀로셰비치 자택 급습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제재판소에 넘기기 위해 그를 체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내법에 의한 사법처리 절차일 뿐 다른 목적을 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나 밀로셰비치를 체포한 것은 국제전범재판소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하고 있다. 다만 그 시기는 유고 정부가 국내외 상황을 봐가며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밀로셰비치를 국제전범재판소에 넘기는 것이 국내법상 위법이란 점이 하나의 걸림돌이다. 최근 유고 의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법률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조장래기자 jo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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