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대선 불프 ‘신승’…메르켈의 굴욕

2010.07.01 18:01 입력 2010.07.02 00:13 수정

연정서 지원한 후보 불구 반란표 탓 3차 투표까지

언론들 “총리에 대한 심판”

“엄청난 타격”(빌트), “첫 번째 불신임투표”(한델스블라트), “굴욕”(디 차이트).

지난 30일 실시된 독일 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해 현지 언론들이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 대해 쏟아낸 부정적인 반응들이다. 메르켈이 민 집권 연정 후보인 크리스티안 불프(51)가 당선됐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번 대선의 최대 패자는 그 자신으로 귀결됐다. 메르켈의 지도력에 대한 불신으로 연정은 대선 과정에서 심각한 불협화음을 보였으며, 결국 연정마저 위태롭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사-기민당 연합과 자민당 연정이 지원한 불프 니더작센 주총리는 이날 실시된 대선에서 3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사민당 및 녹색당의 요아킴 가우크 후보(70)를 623 대 494로 누르고 차기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AFP통신 등이 1일 전했다. 1·2차 투표에서 불프가 과반을 얻는 데 실패하자 단순 다수 득표자를 뽑는 3차 투표가 실시됐다. 독일 대선에서 3차 투표가 실시된 것은 2차 대전 이후 3번째다. 하지만 연정은 과반(623)이 넘는 대의원(644)을 확보하고도 3차 투표까지 가는 굴욕을 당했다.

통상 독일 대선은 의회 및 주 대표, 유명인사 등을 대상으로 한 간접선거여서 국민들 관심 밖이다. 그러나 이번엔 투표가 실시되는 동안 독일 의사당 앞에서 국민 수백명이 지켜볼 정도로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였다. 3차 투표까지 가고 좌파당이 막판 투표에서 기권하는 등 극적인 요소도 있은 데다, 이번 선거가 결과적으로 ‘메르켈에 대한 심판’이 됐기 때문이다.

집권 연정 내부에서 반란표가 많았다는 것은 불프를 민 메르켈에 대한 자민당의 정치적인 불신으로 해석할 수 있다. 출범 9개월째를 맞는 연정은 그동안 감세 등 정책 부분에서 불협화음을 보였다. 지난 5월 초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 선거에서 패배하자 메르켈이 자민당의 주요 정책인 감세를 포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자민당의 귀도 베스터벨레 당수(외무장관)는 반란표가 몇 표인지 밝히기를 거부한 채 24시간 방송채널인 N-TV에 “중요한 것은 3차 투표에서 압도적 다수의 지지로 대통령이 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유로존 위기에 대한 미흡한 대처와 향후 4년간 800억유로(약 1000억달러) 예산 절감안 등으로 지지도가 급전직하하고 있다. 쥐트도이체차이퉁은 “그 그림자가 앙겔라 메르켈 목에 걸려 있다”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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