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희망 없다” 그리스는 귀농 중

2012.01.09 21:40 입력 2012.01.09 22:56 수정

경제위기에 빠진 그리스에서 귀농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8일 전했다.

31살 동갑내기 대졸자인 니코스 가발라스와 알렉산드라 트리차도 지난해 수도 아테네의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를 버리고 고향인 에게해의 치오스섬으로 귀농했다. 이들은 요즘 수출용 식용 달팽이를 기르고 있다. 개인농장을 세우는 데 필요한 5만달러(약 5800만원)는 가족들이 평생 모은 예금으로 충당했다. 올해 말 첫 출하를 앞둔 알렉산드라는 “아테네의 친구들은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말한다”며 “이제 젊은이들은 외국으로 나가거나 농촌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스 농업은 2008년부터 3년 동안 3만2000개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그리스농업협회는 추산했다. 국가 부도위기에 놓인 그리스의 현재 실업률은 18%.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35%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귀농 바람이 가장 거센 연령대는 45~65세의 중장년층이다. 토지를 안전자산으로 여겨온 그리스에서 집안 대대로 내려온 부동산이 경제위기에 내몰린 이들에게 마지막 보루가 된 것이다.

‘초보 농업인’ 교육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 살로니카 소재 아메리칸농업학교의 파노스 카넬리스 교장은 “최근 2년 동안 치즈제조, 와인제조 과정 수강생이 3배로 늘었다”며 “ ‘조부로부터 상속받은 2에이커(8000㎡)의 땅이 있다’면서 용도를 상담하는 젊은이들을 자주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수산업도 일자리를 찾으려는 젊은이들이 크게 늘면서 2008년 이후 그리스 수산학교 등록인구가 4배 증가한 7000명으로 늘어났다고 그리스 해양부는 밝혔다. 핵물리학도였던 야니스 메니스(27)는 학업을 더 이상 계속할 형편이 되지 않자 아버지처럼 선박을 보수·유지하는 선박기술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지난해 9월 수산학교에 입학한 그는 “ ‘가족들이 그동안 공부한 게 아깝다’면서 반대했다”며 “현재 그리스는 학력수준이 높으면 되레 일자리를 찾는 데 불리해 학교에 내 경력을 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제위기 속에 전통적인 경제부문으로 젊은이들이 복귀하는 현상에 대해 그리스에서는 ‘퇴보’인지, 아니면 ‘진전’인지 논란도 빚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트리차는 “농부로 태어난 우리 부모는 교육을 통해 교사가 됐고, 딸인 나는 다시 농부가 되기 위해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귀농은 발전”이라며 “우리가 땅을 잊고 살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이 같은 귀농 욕구가 2008년 경제위기를 이겨내기 위한 그리스인들의 자존심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20년 전 귀농했다는 드미트리스 칼루피스는 “우리는 (그리스) 문명을 만들었다”면서 “경제가 회생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진다면 나는 손에 돌을 쥐고 물을 짜내서 내 딸을 먹일 빵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반면 조르지아 품푸라(73)는 “나는 농부로 태어나서 세 아들을 힘들게 뒷바라지해 기술자로 만들었지만, 이들은 모두 아테네에서 실업자”라면서 “아들들이 귀농하면 내 수고는 헛고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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