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터키, IS 원유 밀거래 위해 전투기 격추” 에르도안 “사실 땐 사임, 당신도 자리 걸겠소?”

2015.12.01 22:04 입력 2015.12.01 22:17 수정

파리 기후총회서 ‘충돌’

“우리는 이슬람국가(IS) 영역에서 생산된 원유가 터키로 대량 유입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추가 정보를 받았다. 원유가 적재되는 항구로 통하는 길목을 지키기 위해 우리 전투기를 격추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믿기에 충분하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그 말이 사실로 입증되면 우리나라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내가 물러나겠다. 그런데 푸틴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당신도 자리를 걸겠소?”(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현대판 차르’ 푸틴 대통령과 ‘현대판 술탄’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러시아 전투기 격추 사태를 놓고 충돌했다. 러시아의 사과 요구를 터키가 거부하자 푸틴은 끝내 에르도안을 만나지 않았고, 기자회견으로 터키를 비난하자 에르도안 역시 별도의 기자회견으로 맞섰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참여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왼쪽 사진)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각각 총회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파리 | AP연합뉴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참여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왼쪽 사진)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각각 총회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파리 | AP연합뉴스

전투기 격추 후 러시아 언론들은 터키가 IS로부터 원유를 밀수하는 루트를 러시아가 폭격하자 이를 막기 위해 전투기를 격추시킨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터키는 부인하지만 IS산 원유가 터키로 흘러들어간다는 것은 거의 정설처럼 돼 있다. IS는 매일 최대 4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며, 원유 매출량은 하루 150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일부는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 도시 자크호에서 ‘원산지 세탁’ 과정을 거쳐 터키 국경을 넘은 뒤 육로 파이프라인으로 흘러가거나 지중해를 통해 다른 나라에 팔린다고 중동전문매체 알아라비 알자디드가 최근 보도했다. 이스라엘 중개인들이 상당량의 원유를 사간다는 주장도 있다. 터키뿐 아니라 IS와 적대관계인 시리아와 이스라엘, 쿠르드자치정부가 IS의 돈줄을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를 축출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터키와 마찰을 빚어온 러시아는 이 점을 지적하며 터키를 집중 공격하고 있다. IS의 여객기 테러에 이어 전투기까지 격추되자 푸틴은 러시아를 거스르면 어떻게 되는지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한 차원에서라도 당분간 보복을 멈추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터키 단체관광을 중단하고 터키산 농산물 수입을 중단하는 경제제재 조치를 단행했다.

하지만 경제제재는 양국 모두에 큰 상처만 남길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 사태 후 유럽의 제재로 유럽산 농산물을 수입하지 못하게 된 러시아는 지난해부터 터키산 농산물 수입을 늘렸다. 러시아 전체 식품 수입의 20%를 넘어서는 터키산 농산물의 수입이 끊기면 제재 여파로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러시아 경제에 치명적이다. 터키도 ‘거대 시장’ 러시아와 한해 450만명에 달하는 러시아인 관광객을 잃는다면 타격을 입는다. CNN은 “경제제재 여파로 터키 국내총생산(GDP)이 0.5%까지 줄어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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