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뉴브강 현지 속보

"잃어버린 모든 이들을 찾아야"...한국대사관 앞 수놓은 애도의 촛불

2019.06.01 04:15 입력 2019.06.01 20:29 수정

31일(현지시간) 오후 부다페스트 시민들이 다뉴브강에서 발생한 유람선 침몰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사고 현장 인근 강둑에 밝힌 촛불. 촛불 뒤로 사고 지점인  머르기트 다리가 보인다. /선명수 기자

31일(현지시간) 오후 부다페스트 시민들이 다뉴브강에서 발생한 유람선 침몰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사고 현장 인근 강둑에 밝힌 촛불. 촛불 뒤로 사고 지점인 머르기트 다리가 보인다. /선명수 기자

“믿을 수 없는, 끔찍한 비극이 벌어졌다. 잃어버린 모든 이들을 찾아야 한다.”

헝가리 다뉴브강에서 발생한 유람선 침몰 사고 이틀이 흐른 31일 오후 7시(현지시간) 부다페스트 한국대사관 앞은 이번 사고로 희생된 이들을 애도하기 위한 조용한 추모 공간으로 바뀌었다.

이날 추모 행사는 헝가리 시민 크리스티나 여컵씨(50)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제안하면서 부다페스트 시민과 한국 교민 150여명이 모여 들었다.

이날 대사관 앞에서 경향신문과 만난 여컵씨는 “한국문화원에서 한국어를 배웠지만, 잘 하지는 못해 미안하다”면서 “이번 소식을 듣고 너무 슬펐고, 헝가리 사람으로서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하얀 국화와 촛불을 갖고 모이자는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31일 오후(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한국 대사관 앞에서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부다페스트시민들이 모여 들었다. / 선명수 기자

31일 오후(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한국 대사관 앞에서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부다페스트시민들이 모여 들었다. / 선명수 기자

평소 한국 전통 매듭 등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아 공부해왔다는 그는 “많은 헝가리 사람들이 함께 슬퍼하고 걱정하고 있다”면서 “이런 마음이 비극적인 사고로 슬퍼하고 있을 한국인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고 했다.

대사관 앞 철제 담벼락은 어느덧 부다페스트 시민들이 놓고 간 촛불과 꽃으로 가득찼다. 시민들은 조용히 촛불을 켜고 고개를 숙이며 희생자들을 애도했고, 일부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시민들이 적은 추모의 글도 대사관 앞에 놓여졌다.

이 앞에서 만난 부다페스트 시민 나탈리씨는 “몇 년 전 한국에서 큰 배가 침몰해 어린 학생들이 많이 희생됐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그 상처가 아직 남아 있을 텐데 이번에 또 침몰 사고가 나서 너무 안타깝고 슬픈 마음”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잃어버린 마지막 한 사람까지 모두 찾아야 한다”며 “아름다운 다뉴브강에 여행을 와서 이런 비극이 벌어졌다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31일 오후(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한국 대사관 앞에서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부다페스트시민들이 모여 들었다. / 선명수 기자

31일 오후(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한국 대사관 앞에서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부다페스트시민들이 모여 들었다. / 선명수 기자

홀로 대사관 앞을 찾은 그로프 로레타양(13)은 “엄마와 어린 딸이 여행을 왔다가 사고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이 반드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부다페스트 인근에 거주하는 타마라씨(22)는 “최근 비가 많이 내려 날씨가 좋지 않은 데도 많은 배가 다니는 등 위험한 상황이었던 걸로 보인다”면서 “여기서 태어나 자랐지만 이런 끔찍한 비극은 처음”이라고 했다.

현지 교민들도 추모행사 소식을 접하고 대사관 앞에 모였다. 20년 전 헝가리로 이주했다는 이훈 선교사는 “부다페스트 한인회에서도 실종자 가족들을 돕기 위한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31일(현지시간) 오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위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이 켜졌다. /선명수 기자

31일(현지시간) 오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위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이 켜졌다. /선명수 기자

평소 다뉴브강의 야경을 감상하기 좋은 곳으로 유명했던 사고 현장 인근 머르기트 다리와 근처 강둑에서도 추모의 촛불이 켜졌다. 이날 낮부터 머르기트 다리 위에는 현지 구조대의 수색 작업을 지켜보기 위한 이들로 가득 찼다.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해가 저물자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기도하는 촛불을 켜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꽃을 다리 위에 놓거나 강물로 던졌다.

부다페스트 시민들이 다뉴브강에서 발생한 유람선 침몰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사고 현장 인근 강둑에 밝힌 촛불./선명수 기자

부다페스트 시민들이 다뉴브강에서 발생한 유람선 침몰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사고 현장 인근 강둑에 밝힌 촛불./선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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