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세 벨라루스 독재자는 25세 유튜버 스타가 뭐가 그리 무서웠나

2021.05.25 14:27 입력 2021.05.26 07:53 수정

벨라루스의 외국 여객기 강제 착륙 과정에서 체포된 벨라루스 야권 인사 라만 프라타세비치가 24일(현지시간) 민스크의 한 구금 시설에서 발언하고 있다. 옛 소련 국가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전날 자국의 독립적 언론인이자 야권 활동가인 프라타세비치를 체포하기 위해 그가 타고 있던 그리스 아테네발 리투아니아 빌뉴스행 아일랜드 라이언에어 소속 여객기를 전투기까지 동원해 민스크 공항에 강제 착륙시켰다. 민스크|로이터연합뉴스

벨라루스의 외국 여객기 강제 착륙 과정에서 체포된 벨라루스 야권 인사 라만 프라타세비치가 24일(현지시간) 민스크의 한 구금 시설에서 발언하고 있다. 옛 소련 국가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전날 자국의 독립적 언론인이자 야권 활동가인 프라타세비치를 체포하기 위해 그가 타고 있던 그리스 아테네발 리투아니아 빌뉴스행 아일랜드 라이언에어 소속 여객기를 전투기까지 동원해 민스크 공항에 강제 착륙시켰다. 민스크|로이터연합뉴스

67세의 독재자는 20대의 청년 유튜버가 왜 그리 무서웠던 것일까.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센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지난 23일(현지시간) 전투기를 동원해 민간 항공기를 강제 착륙시키면서까지 체포한 라만 프라타세비치(25)에게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프라타세비치는 벨라루스의 텔레그램·유튜브 채널 ‘넥스타’(nexta)의 전 편집장이다. 1996년생인 그는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루카센코 이외의 대통령을 겪어본 적이 없다. 15살 때부터 반정부 시위에 참가하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결국 학교에서 퇴학을 당했다.

2015년 그가 동료들과 함께 만든 ‘넥스타’라는 채널 이름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다음(next) 세대’를 뜻하는 동시에 벨라루스어로 발음이 같은 ‘익명의 누군가’(nehta)를 뜻한다.

넥스타는 원래 비정치적인 뮤직비디오 전문 채널이었다. 하지만 2015년 대선 당시 20여년 간 집권하고 있던 루카센코 정부를 비꼰 ‘노 초이스’(No choice)라는 노래를 내보냈다가 정권에 밉보이기 시작했다. 이 노래의 가사는 “우리에게는 20여년 동안 마모된 타이어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후 정치사회 채널로 거듭난 넥스타는 2018년 “루카센코 정권이 어떻게 우리의 삶과 꿈, 자유, 미래를 훔쳤는지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를 방송해 또 다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넥스타는 지난해 8월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을 때 젊은 세대들의 효과적인 소통수단 역할을 했다. 시위대는 누구든지 익명으로 문자나 사진,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넥스타를 통해 경찰이 어디서 나타나는지, 연행자들이 어디로 끌려갔는지 서로 정보를 주고받았다. 넥스타와 넥스타 라이브의 구독자는 현재 200만명에 달한다.

재미로 시작했던 텔레그램·유튜브 채널이 반체제 운동의 중심으로 거듭나면서 프라타세비치는 결국 고국에서 쫓겨나 망명길에 올랐다. 그를 비롯한 넥스타 편집자 4명은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콘텐츠를 올려왔다. 벨라루스 법원은 지난해 10월 넥스타 편집진 4명을 테러리스트로, 넥스타를 ‘극단주의 채널’로 지정했다. 고작 텔레그램·유튜브 채널 하나에 과도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현 정부가 넥스타를 최악의 ‘디지털 적수’로 보기 때문이라고 알자지라는 분석했다. 1994년부터 27년간 집권한 루카셴코 대통령 자신이야 말로 디지털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시대착오적 인물이란 사실을 스스로 가장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3일 벨라루스 당국에 전격 체포될 당시 격렬히 저항했던 그는 기내 승객들에게 “그들이 나를 여기서 처형할 것”이라고 외치면서 끌려갔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벨라루스어로 ‘착륙하다’라는 말에는 ‘감옥에 가다’는 뜻도 있다고 한다. 그에게는 최대 징역 15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프라타세비치는 24일 벨라루스 국영 TV가 공개한 영상에서 “나는 지금 민스크의 구치소에서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면서 “민스크에서 대규모 불안정을 조직했음을 시인한다”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 드미트리 프라타세비치는 이날 BBC 인터뷰에서 “아들이 구타와 고문을 당할 수도 있기에 정말 두렵다”고 말했다.

벨라루스의 외국 여객기 강제 착륙 과정에서 체포된 벨라루스 야권 인사 라만 프라타세비치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24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리고 있다. 옛 소련 국가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폴란드에 망명 중이던 자국의 독립적 언론인이자 야권 활동가인 프라타세비치를 체포하기 위해 전날 그가 타고 있던 그리스 아테네발 리투아니아 빌뉴스행 아일랜드 라이언에어 소속 여객기를 전투기까지 동원해 민스크 공항에 강제 착륙시켰다. 바르샤바|AFP연합뉴스

벨라루스의 외국 여객기 강제 착륙 과정에서 체포된 벨라루스 야권 인사 라만 프라타세비치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24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리고 있다. 옛 소련 국가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폴란드에 망명 중이던 자국의 독립적 언론인이자 야권 활동가인 프라타세비치를 체포하기 위해 전날 그가 타고 있던 그리스 아테네발 리투아니아 빌뉴스행 아일랜드 라이언에어 소속 여객기를 전투기까지 동원해 민스크 공항에 강제 착륙시켰다. 바르샤바|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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