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난민 신청자 제3국 이송’ 독일까지 번지나

2023.12.18 21:16

영국·오스트리아 강행 예고 속 제1야당 기민당 ‘지지’ 밝혀

“반인권적” 비판에도 우경화 흐름 속 점점 ‘배제의 땅’으로

지난 8월 영불해협을 건너 영국 남동부 던게네스 해변에 도착한 한 난민 여성이 아이를 품에 안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8월 영불해협을 건너 영국 남동부 던게네스 해변에 도착한 한 난민 여성이 아이를 품에 안고 있다. AFP연합뉴스

독일 제1야당인 기독민주당(CDU·기민당)이 자국에 들어온 난민 신청자들을 제3국으로 이송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인권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난민 신청자들의 제3국 이송 논의가 유럽 정치의 우경화 흐름 속에 덴마크, 영국, 이탈리아, 오스트리아를 거쳐 독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17일(현지시간) ZDF 등 독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옌스 슈판 기민·기사당 연합 원내부대표는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CDU는 난민을 아프리카의 가나, 르완다와 같은 제3국이나 몰도바, 조지아 같은 유럽연합(EU) 외 국가로 이송해 망명 신청을 처리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CDU 지도부는 지난 11일 집권 시 독일과 EU에 들어오는 난민을 줄이고 이들을 ‘안전한 제3국’으로 보내겠다는 내용을 담은 71쪽짜리 정책 보고서를 발표했다.

CDU의 이 같은 방침은 난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던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 시절의 CDU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메르켈 전 총리는 2015~2016년 시리아 내전으로 난민 위기가 발생했을 당시 난민 100만명을 포용했다.

CDU의 180도 달라진 난민 정책은 최근 덴마크, 영국, 이탈리아, 오스트리아가 잇따라 추진 또는 검토 중인 난민 유입 차단 정책과 판박이다. 덴마크는 2021년 6월 난민 신청자들을 제3국으로 옮기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킨 뒤 르완다 등과 난민 수용소 설치 논의를 진행해왔으나 EU 국가들과 공동으로 추진하겠다며 자체적인 이송 정책 도입은 유보한 상태다.

영국 보수당 정권도 영불해협을 건너온 난민 신청자들을 르완다로 이동시키는 ‘르완다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 극우 성향 ‘이탈리아 형제들(Fdl)’ 대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달 초 난민 신청 절차를 비EU 국가인 알바니아에서 처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오스트리아도 지난달 초 이민 문제와 관련해 영국과 긴밀히 협력한다는 내용의 ‘이민 및 안보 협약’에 서명했다.

인권단체들은 이를 두고 보호를 필요로 하는 난민들을 추방하는 반인권적인 조처라고 비판한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지난해 6월 영국에서 난민들을 싣고 르완다로 출발하려던 비행기의 이륙을 금지시켰다. 유엔난민기구(UNHCR)도 난민들을 강제 송환하는 행위는 국제법상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이 같은 비판에도 난민들을 제3국으로 이송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유럽 국가가 늘어나는 것은 최근 반이민 정서가 높아지는 가운데 선거를 앞둔 집권세력이 극우 정당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강경한 난민 정책에 기우는 상황과 관련이 있다.

CDU는 내년 지방선거와 2025년 총선을 앞두고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과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표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보수당 지지율이 제1야당 노동당에 20%포인트 격차로 뒤지는 상황에서 난민 정책은 강화하고 각종 환경 규제는 약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보수 성향인 국민당 소속 카를 네함머 오스트리아 총리도 내년 가을 무렵 진행될 총선을 앞두고 극우 정당 자유당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어 폐쇄적 난민 정책을 선택하고 있다. 1990년대까지 유럽에서 난민에 가장 개방적이었던 덴마크도 2015년 극우 정당인 인민당이 제2당으로 약진하자 집권 사민당이 난민 정책 기본 틀을 ‘포용’에서 ‘배제’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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