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씨개명 조선인이 자청”

2003.06.01 18:40

일본 집권 자민당의 아소타로(麻生太郞) 정조회장이 “일제시대 때의 창씨개명은 조선인들이 원해서 이뤄진 것”이라는 망언을 늘어놨다. 아소 정조회장의 이번 망언은 오는 6~9일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방일을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파문이 예상된다.

1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소 정조회장은 지난 31일 도쿄대 강연에서 창씨개명과 관련, “당시 조선인들이 여권을 받으면 성명란에 ‘김(金)’이라는 식으로 쓰여있었고 이를 본 만주인들은 ‘조선인’이라 여겨 일거리를 주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조선인들이 일본 성(姓)을 달라고 요구한 것이 창씨개명의 시발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글은 일본인이 가르치고, 의무교육제도도 일본이 한 것”이라며 “옳은 것은 역사적 사실이라고 인정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전후 맥락으로 보아도 망언임에 틀림없다. 다만 일본에선 주요 선거나 한·일정상회담 등 외교적 대사를 전후한 고비 때마다 망언이 터져나왔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망언도 새삼스럽지 않다는 게 일본내 외교가의 평가다.

실제 1995년 10월 뉴욕 한·일정상회담을 앞두고 ‘안중근은 살인자’(오쿠노 세이스케 전 법무상), ‘태평양전쟁은 침략전쟁이 아니다’(시마무라 요시노부 문부상), ‘한일합방조약은 합법적’(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이라는 망언이 잇달았다. 당시 정상회담은 결국 취소됐다. 98년 김대중 대통령의 방일 직전에는 나카가와 쇼이치 당시 농수산상이 종군위안부 문제의 일본 교과서 게재와 관련한 망언으로 찬물을 끼얹었다. 2000년 중의원선거를 앞두고 당시 모리 요시로 총리가 “일본은 천황 중심의 신의 나라”라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고, 2001년 교과서 문제로 양국의 긴장이 높아졌을 때는 노로타 호세이 중의원 예산위원장이 “태평양전쟁은 대동아전쟁”이라고 표현, 일제의 침략전쟁을 정당화하기도 했다.

〈도쿄/박용채특파원 p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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