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참배 거부’ 히로히토 메모에 아베 ‘당혹’

2006.07.20 16:06

A급전범 합사 때문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았다는 고 히로히토(裕仁) 일왕의 발언메모와 관련, 차기 유력한 일본 총리 후보중 한 명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은 애써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입수해 20일 보도한 도미다 아사히코(富田朝彦) 당시 궁내청 장관(고인)의 1988년 4월28일치 메모에 따르면 히로히토 일왕은 A급전범 합사에 강한 불쾌감을 표명한 후 “그래서 나는 그 이후 참배하지 않았다. 그게 내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날 아베 장관은 문제의 메모와 관련, “궁내청으로부터는 ‘개인적인 메모에 기초한 것으로 상세히 모른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천황의 야스쿠니 참배는 당시 사회정세 등을 고려해 신중히 대처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베 장관은 향후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서는 “총리 스스로가 판단할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또 자신의 참배 여부에 대해선 “나라를 위해 싸운 분들에 대한 존엄의 뜻, 명복을 기리는 마음은 계속 가질 것”이라며 명확한 언급을 회피했다.

아베 장관은 또 A급전범의 분사와 관련, “야스쿠니 신사의 판단이지, 정부로서 코멘트할 사항이 아니다”고 전제한 뒤, 무종교의 새로운 추모시설 건립에 대해서는 “신중히 검토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하는데 그쳤다.

한편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재무상도 “천황의 언동을 인용한 정치적 발언은 피하고 싶다”며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히로히토 일왕이 A급 전범의 합사에 반대했다는 사실은 정치권에서 단속적으로 제기돼 온 이른바 ‘분사론’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여,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의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차대전후 A급전범 합사전까지 8번 참배한 히로히토 일왕은 A급전범이 합사된 1978년 이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았다. 현 아키히토(明仁) 일왕도 1989년 즉위 이래 한번도 참배하지 않았다.

<미디어칸 고영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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