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몰아내자”… 일본 혐한세력 ‘험한 입’ 국제사회 경고장

2014.08.24 21:32 입력 2014.08.26 03:02 수정

재일 한국인·조선인 향한 증오발언 규제 목소리

일본에서 한국인 등을 대상으로 한 인종차별적 증오발언(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유엔이 나서서 경고하는 등, 일본 내 반한·혐한(嫌韓) 시위와 헤이트 스피치 문제는 국제적인 이슈로까지 부상했다. 일본 정부·여당도 마지못해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지만 해결의 길은 멀어보인다.

“바퀴벌레” “몰아내자”… 일본 혐한세력 ‘험한 입’ 국제사회 경고장

“바퀴벌레” “몰아내자”… 일본 혐한세력 ‘험한 입’ 국제사회 경고장

▲ 시위·인터넷에 막말 넘치고 한인거리 등 주민 신변 위협
유엔 차별철폐위 “우려”에 일, 뒤늦게 법률 검토 나서
“표현의 자유” 반발도 나와… 실효성 있는 규제 미지수

재일 한국인·조선인 등에 대한 헤이트스피치의 대표적인 사례는 ‘재일특권을 인정하지 않는 시민모임(재특회)’이라는 단체가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일본 교토의 조선학교 근처에서 벌인 시위다. 이 단체는 확성기를 동원해 가두시위와 방송을 하면서 “조선학교를 일본에서 몰아내자”, “(조선인은) 스파이의 자식”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자신들의 활동을 담은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

도쿄에서도 2011년부터 2014년 7월까지 주일 한국대사관 주변과 신오쿠보 한인 거리 등에서 349건의 혐한·반한 시위가 일어났다. 주로 우익단체 등이 연 시위에서는 “재일 바퀴벌레 조선인을 내쫓아라”, “한국인 여성을 성폭행해도 된다” 등의 발언이 쏟아졌다. 한인 거리 상점들은 매출이 줄었고 주민들은 신변의 위협까지 느끼고 있다. 인터넷에서도 한국계에 모욕을 주는 공격들이 줄을 이었다. 오사카 재일코리안청년연합이 최근 203명의 10~30대 재일 한국인·조선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8.2%가 ‘인터넷에서 헤이트 스피치를 접한 뒤 분노·슬픔·공포를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뒷짐만 지고 있었다. 일본은 1995년 인종차별철폐조약에 가입했지만 지금까지 헤이트 스피치를 막기 위한 법적인 장치를 만들지 않았다. 법원이 개별적으로 제기된 소송에서 재특회에 책임을 묻는 판결을 내린 것이 전부다. 조선학교를 운영하는 교토조선학원이 재특회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1·2심 재판부는 “조선학교 측에 1200만엔(약 1억2000만원)을 지급하고, 가두방송을 중지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인종차별철폐조약을 근거로 들었다.

최근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재일 한국인·조선인을 상대로 한 일본 내 혐오발언과 시위를 거론하면서 이 문제는 국제적인 이슈가 됐다. 위원회는 지난 2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일본에 대한 심사에서 가두시위와 헤이트 스피치에 ‘우려’를 표명했다. 파키스탄 출신의 한 위원은 “명백한 차별적 언동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고, 루마니아인 위원은 “인종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이 필요하다”고 못박았다. 위원회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들은 뒤 이번주 안에 포괄적인 개선 권고 내용을 담은 ‘최종 견해’를 발표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여당은 뒤늦게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난 7일 “헤이트 스피치에 확실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고, 집권 자민당은 지난 21일 프로젝트팀을 만들어 혐한시위와 차별적 발언을 규제하기 위한 법률 검토에 나섰다. 일본변호사회 모로오카 야스코(師岡康子) 변호사는 마이니치신문에 “(헤이트 스피치에) 민형사상 규제와 사회적 통제를 가해야 하는데 일본에는 그런 장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우익단체는 물론 일본 정부 안에서까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며 규제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실효성 있는 규제 법률이 만들어질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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