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자이, 부패온상 ‘카불은행’ 손보기

2010.09.01 21:29 입력 2010.09.02 10:19 수정

군인 등 수십만명 월급창구

최측근 개입잦아 부실 경영

국가부도 우려 경영진 해임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최대 은행인 카불은행 경영진들을 해임하는 등 본격적인 부패문화 일소에 나섰다. 그동안 부실 운영돼온 카불은행을 방치할 경우 국가부도 사태마저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와 탈레반과의 전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 아프간 중앙은행이 카르자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카불은행 회장과 최고경영자 등 2명을 지난달 30일 해임했다고 보도했다. 또 카불은행 회장에게 개인적으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구입한 1억6000만달러 상당의 고급 빌라들과 부동산을 넘겨줄 것을 명령했다.

NYT는 카불은행이 UAE의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3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었으며, 현재 자산은 1억2000만달러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은행담당 고위관계자는 “아프간의 재앙이 될 수 있다”면서 “향후 며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카불은행은 예금수신액이 13억달러에 달하는 아프간 최대 은행이다. 특히 군인과 경찰, 교사 등 공무원 수십만명의 월급을 지급하는 창구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은행의 운영이나 월급 지급이 중단될 경우 미국이 주도하는 탈레반과의 전쟁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WSJ가 전했다.

카불은행은 그동안 카르자이 대통령의 동생인 마무드 카르자이와 모하메드 카심 파힘 부통령의 동생인 하신 파힘 등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들의 보호망 속에 놓여 있었다. 마무드 카르자이는 은행 지분의 7%를 보유하고 있으며, 하신 파힘은 은행으로부터 9200만달러를 대출받아 개인 사업에 투자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당시 카르자이 대통령 측에 정치자금 수백만달러를 지원하기도 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이 카불은행에 메스를 댄 것은 한 달 전쯤 중앙은행 총재로부터 카불은행의 재정상태가 위험하다는 보고를 받고서다.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아프간 주둔 미군사령관도 그 자리에 있었으며, 카르자이 대통령에게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을 종용했다. 그럼에도 카르자이 대통령은 조치를 취하는 데 주저, 지난 29일이 돼서야 결단을 내렸다. WP는 “일부 아프간 사업가들은 카르자이 대통령의 결정을 부패와의 전쟁에서 첫 의미있는 조치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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