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가자 침공 ‘전쟁범죄’ 여부 가린다

2015.01.18 15:57 입력 2015.01.18 21:22 수정
장은교 기자

국제형사재판소 ‘작년 공습’ 예비조사… 미국 “동의 못해”

지난해 23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이 국제법의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이스라엘은 “터무니없고 정치적인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으나, 이스라엘의 국제적 고립은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형사재판소(ICC)는 16일 “지난해 6월 이후 팔레스타인 점령지역과 주변에서 벌어진 공격 중 전쟁범죄가 있었는지 알아보기 위한 예비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스라엘이 가장 우려했던 시나리오가 현실이 돼버렸다. 이스라엘은 유대인 소년들이 팔레스타인에서 납치·살해되자 지난해 7~8월 가자지구를 맹폭격하며 50여일간 전쟁을 치렀다. 이스라엘은 당시 공격이 ‘방어적인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ICC가 조사에 나섰다는 것은 이스라엘의 주장과 달리 가자 침공을 ‘반인도적인 전쟁범죄’로 볼 수 있다는 뜻이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ICC는 조사 대상에 팔레스타인 측의 인권침해도 포함시켰으나 핵심은 이스라엘의 전쟁범죄 여부다. 서아프리카 감비아 출신인 파투 벤수다 ICC 검사는 “예비조사는 본격적인 수사가 아니라 전면 조사를 진행할지 판단하기 위해 정보를 모으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식 기소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이스라엘에는 엄청난 정치적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ICC는 대량학살 등 반인도 범죄를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로 1998년 로마조약을 통해 설립됐으며 한국의 송상현 판사가 2009년부터 재판소장을 맡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등 122개국이 조약에 서명했으나 이스라엘과 미국 등은 가입하지 않았다. 팔레스타인은 지난 14일 로마조약에 서명했다. 지금까지 ICC가 전면 조사에 들어간 나라들은 콩고민주공화국(DRC), 우간다, 수단 등 아프리카 국가들뿐이다.

이스라엘은 ICC의 결정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7일 “평화를 위해 테러와 맞서고 있는 이스라엘이 전쟁범죄의 조사 대상이 됐다”며 “ICC의 결정은 테러범들에게 악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네타냐후는 “유대인을 상대로 한 테러가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런 결정이 나온 것이 유감스럽다”며 이 문제를 프랑스 테러와도 연결지었다. 미국도 반발했다. 제프 래스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ICC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며 “테러범들의 로켓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이스라엘에 이번 결정은 비극적인 아이러니”라고 평했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도 “ICC가 정치적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지난해 가자 침공 뒤 계속돼온 이스라엘의 국제적 고립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팔레스타인은 이미 유엔에서 국가 지위를 인정받았으나, 안전보장이사회 내 미국 등 상임이사국들의 거부로 인해 회원국으로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스웨덴이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최초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했고 뒤이어 프랑스 상·하원이 팔레스타인 국가인정안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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