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지방선거, 에르도안 ‘사실상 패배’

2019.04.01 21:32 입력 2019.04.01 21:34 수정

여당, 앙카라 25년 만에 뺏겨

경제수도 이스탄불서도 밀려

경제난에 발목…리더십 타격

터키 집권당 ‘정의개발당’을 지지하는 이스탄불 시민들이 지방선거가 치러진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대형 초상화 앞에서 국기를 흔들고 있다.  이스탄불 | EPA연합뉴스

터키 집권당 ‘정의개발당’을 지지하는 이스탄불 시민들이 지방선거가 치러진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대형 초상화 앞에서 국기를 흔들고 있다. 이스탄불 | EPA연합뉴스

터키가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제로 전환한 이후 처음 열린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수도 앙카라를 비롯해 3대 도시 시장 자리를 모두 야당에 내줬다고 일간 휘리예트 등이 보도했다. 이번 선거는 지난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이후 처음 치러진 전국단위 선거다. 에르도안 정부 중간평가 성격이 강했던 만큼 에르도안 리더십에 타격이 예상된다.

여당 정의개발당(AKP)은 1일 개표가 99.9% 진행된 가운데 44.3%를 얻어, 30.1%인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을 따돌리고 전체 득표율 1위를 기록했다. 광역시장·주지사 등 광역단체장 당선인 숫자도 AKP가 39명으로 CHP(21명)에 비해 2배 가까이 많았다. 하지만 민심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인구 1500만명의 최대 도시 이스탄불, 수도 앙카라 등 최대 승부처에서 졌다.

이스탄불 시장 선거에서 CHP 에크람 이마모을루 후보(48.8%)는 총리 출신인 AKP 비날리 이을드름 후보(48.5%)에게 막판 역전승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유세 내내 “이스탄불의 승자가 터키 전체 선거에서 승리할 것”이라며 총력전을 폈지만 패배했다. 앙카라 시장 선거에서도 AKP 후보(47.1%)가 CHP 후보(50.9%)에게 패했다. 여당이 앙카라에서 패한 것은 25년 만에 처음이다. 이즈미르 시장 선거에선 AKP 후보가 CHP 후보에게 20%포인트 격차로 참패했다.

AKP는 에르도안을 총리에 오르게 한 2002년 총선 이후 모든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정부가 언론을 90% 이상 장악하고,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쿠르드족 정당 주요 인물들이 대부분 체포되거나 구금되는 등 여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사실상 패배라고 BBC는 평가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31일 밤 TV연설에서 “일부 도시에서 졌지만 이것은 민주주의에 필요한 것”이라며 “내일 아침부터 우리의 결점이 무엇인지 파악해 보완하는 작업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정부가 경제난에 결국 발목을 잡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터키는 지난해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을 쿠데타 협력 혐의로 구금했다가 미국에 관세폭탄을 맞으며 리라화 폭락 등 경제위기에 처했다. 서민들은 경제난에 시달렸다. 터키는 지난 2분기 연속 역성장에 진입했다.

알자지라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슬람 전통을 강조하고 쿠르드 분리주의 세력의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표를 결집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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