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좌우-아랍계 연정 발표…네타냐후, 순순히 물러설까?

2021.06.03 06:52 입력 2021.06.03 08:58 수정

반네타냐후 연정 구성에 합의한 극우 정당 야미나의 나프탈레 베네트 대표(왼쪽)와 중도 성향인 제1야당 예시 아티드의 야이르 라피드 대표(오른쪽). 라피드 대표는 2일(현지시간) 연정 협상 마감인 자정 직전에 연정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반네타냐후 연정 구성에 합의한 극우 정당 야미나의 나프탈레 베네트 대표(왼쪽)와 중도 성향인 제1야당 예시 아티드의 야이르 라피드 대표(오른쪽). 라피드 대표는 2일(현지시간) 연정 협상 마감인 자정 직전에 연정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에서 최초로 좌우와 아랍계 정당을 아우르는 연립정부 탄생이 임박했다. 극우 정당 ‘야미나’의 나프탈리 베네트 대표(49)와 중도 성향인 제1야당 ‘예시 아티드’의 야이르 라피드 대표(57)가 정권 교체를 위해 손을 잡았다. 의회 표결을 거쳐 새 정부가 들어서면 베냐민 네타냐후 현 총리는 집권 12년 만에 자리에서 내려온다.

라피드 대표는 2일(현지시간) “정부를 구성했다는 사실을 알리게 돼 영광”이라며 반네타냐후 연립정부 구성 합의안을 대통령과 국회의장에게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 정부는 투표했거나 투표하지 않은 모든 이스라엘 시민을 위해 일하겠다”면서 “정부는 반대자들을 존중할 것이며, 이스라엘 사회의 모든 부분을 통합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새 정부 4년 임기 중 첫 2년간은 베네트 대표가, 나머지 임기는 라피드 대표가 순번제로 총리직을 맡기로 했다. 의회(크네세트)는 앞으로 최대 12일 안에 연정 찬반 투표에 돌입해야 한다. 반네타냐후 연합은 연정안 통과를 위해 전체 의석의 과반인 61표를 확보했다.

이번 연정은 이스라엘 역사상 첫 ‘무지개 연정’이라는 의미가 있다. 연정에는 좌파 성향의 노동당(7석)부터 극우 성향의 야미나(7석)까지 총 8개 정당이 참여했다. 특히 ‘라암’(통합아랍리스트·4석)이 아랍계 정당으로는 사상 처음 연정에 참여했다. 라암은 내각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이스라엘 내 아랍 공동체를 위한 인프라 건설과 범죄 퇴치를 위한 예산을 얻기로 합의했다. 라암은 이스라엘 내 20%를 차지하는 아랍계 인구를 대변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는 ‘반네타냐후’ 외에는 공통 지향이 없는 불안정한 정부이기도 하다. 특히 전반기 총리직을 맡을 예정인 베네트 대표는 네타냐후 총리보다 더한 극우 성향으로 평가받는다. 이스라엘 최정예 대테러 특수부대 ‘사이렛 매트칼’ 출신인 그는 2013년 “내 인생에서 많은 아랍인을 죽였는데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등 팔레스타인에 대해 강경한 발언을 해왔다.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에 반대하고, 이스라엘이 불법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유대인 정착촌을 더 많이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신들은 정권이 교체되면 팔레스타인과의 긴장이 다소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는 “베네트가 총리직을 유지하려면 아랍계 정당 라암의 지지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새 연립정부는 팔레스타인 문제 같은 논쟁적인 사안보다 코로나19 이후 경제 복원과 인프라 개선 같은 정책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동전문매체 미들이스트아이도 “좌파부터 아랍계까지 파편화된 정당들의 광범위한 연합에서 극우 성향의 베네트가 권력을 휘두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정이 공식 출범하면 네타냐후 총리의 장기 집권 시대는 막을 내린다. 뉴욕타임스는 “네타냐후 총리는 어떤 식으로든 이스라엘에 지속적인 유산을 남겼다”면서 “이스라엘 정치 지형을 오른쪽으로 굳건히 옮겼고, 아랍국가 4개국과 획기적인 관계 정상화 협약을 체결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이대로 쉽게 물러서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문명연구소 연구교수는 “8개 정당 중 단 한 곳이라도 연정 파기를 선언하면 이스라엘은 2년 반 만에 5번째 총선을 치러야 한다”면서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등 정치적 최대 위기에 놓여 있는 네타냐후가 (어떻게든 연정을 깨뜨려)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 먼저 재기할 수도 있다”고 경향신문에 말했다. 요한 플레스터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소 회장도 아랍매체 메나 인터뷰에서 “야당 당수로 남은 네타냐후 총리가 새 정부의 이데올로기적 차이를 이용해 반네타냐후 연합을 분열시키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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