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강한 친구 많아…베네수엘라처럼은 안될 것”

2018.08.21 06:00 입력 2018.08.23 11:29 수정

여론, 에르도안에 강한 지지…“영미계 자본이 터키 흔들어”

카타르와 통화스와프 협정…중국도 터키에 적극 다가서

러시아 경제협력 강화 전망…이란까지 동참 땐 ‘반미연대’

터키 시민들이 지난 17일(현지시간) 이스탄불에 있는 한 환전소 옆을 걸어가고 있다. 미국의 경제 제재로 터키 리라화는 최근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스탄불 | AP연합뉴스

터키 시민들이 지난 17일(현지시간) 이스탄불에 있는 한 환전소 옆을 걸어가고 있다. 미국의 경제 제재로 터키 리라화는 최근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스탄불 | AP연합뉴스

베네수엘라의 전철을 밟을까, 아니면 위기에서 탈출할까.

미국의 경제 제재가 장기화된다면 터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지 외부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터키인들 사이에서는 “우리는 강하며 친구가 많다. 결국 이겨낼 것”이란 분위기가 강하다. 베네수엘라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집권한 2013년 이후 경제정책 실패와 미국의 경제 제재 등으로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이스탄불의 한 시민은 “터키를 이끄는 그의 지도력을 믿으며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스탄불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엘리프는 “터키 주변국 누구도 터키가 나빠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시장경제에 대놓고 개입하는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터키를 간섭하는 것에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앤드루 브런슨 목사 석방을 거부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결국면을 이어갈 수 있는 이유는 여론의 강한 지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현지시간) 터키 일간 밀리예트는 알리 오스만 아캇 터키 주재 미국상공회의소 대표가 “미국의 행동은 지금 터키에 있는 미국 회사들을 망치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전했다.

터키인들은 자국 경제가 어려움에 빠진 것은 궁극적으로 영미계 자본의 흔들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10일 리라화 가치 급락은 “터키 리라화가 미 달러당 7.1리라까지 오르면 터키 은행들의 자기자본이 증발할 것”이라는 지난 7일 골드만삭스의 경고가 나오면서 본격화됐다. 카타르가 터키에 150억달러를 지원한다고 하자 파이낸셜타임스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이 터키의 유일한 선택지”라고 보도하며 찬물을 뿌렸다.

터키에 진출한 한국 금융기관 관계자는 “터키인들은 영미계 금융기관과 언론이 터키를 흔들고 있기 때문에 최근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자존심이 강한 터키 시민들의 정서상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제 위기’ 터키를 가다]“우리에겐 강한 친구 많아…베네수엘라처럼은 안될 것”

에르도안 대통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미국에 대한 반발 기류도 감지된다. 터키인들의 소셜미디어에는 아이폰을 부수는 동영상이 올라오고 터키항공은 미국 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있는 터키는 지정학적 요충지로 ‘발’이 넓다. 지난 17일 카타르 중앙은행과 터키 중앙은행은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18일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영도 아래 터키 국민은 단결해 고난을 극복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실현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러시아도 미국의 경제 제재로 루블화 가치 하락을 겪고 있으며 터키와 협력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미하일 자도르노프 러시아 전 재무부 장관은 “러시아와 터키의 경제적 관계가 너무 깊기 때문에 리라화 가치 하락이 양국의 관계를 바꿀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밀리예트는 전했다. 미국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까지 터키 편에 가세하면 무시하기 힘든 반미연대가 형성될 수도 있다.

여론몰이에 익숙한 에르도안 대통령이 환율 폭등에 따른 물가 인상, 경제 부진 등의 문제를 미국 탓으로 돌리며 지지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을 반대하며 서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려야 하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금리를 인상하면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오르고, 상품가격이 상승해 서민들이 어려워진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관광지인 아이소피아 앞에서 만난 스티브 HSBC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강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터키 경제가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는 것은 터키 경제가 생각보다 강하다는 뜻”이라며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추가적인 액션을 취할지 알 수 없어 터키 경제가 지금처럼 계속 버틸 수 있을지는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스탄불 |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경제 위기’ 터키를 가다]“우리에겐 강한 친구 많아…베네수엘라처럼은 안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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