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까지 장악한 러시아…젤렌스키 “유럽에 대한 선전포고”

2022.02.25 07:40 입력 2022.02.25 12:53 수정

2021년 4월 관측된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체르노빌 | 로이터연합뉴스

2021년 4월 관측된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체르노빌 |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24일(현지시간) 북부에 위치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를 점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전 과정에서 원전이 일부 피격되고 관리 직원들이 인질로 잡혀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AP와 AFP통신 등은 이날 우크라이나 측의 발표를 인용해 러시아군이 체르노빌 원전을 점령했다고 전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경비대와 치열한 전투 끝에 체르노빌 원전을 장악했다”며 “현재 원전 원자로와 방호벽, 폐기물 저장소의 안전 상태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러시아군의 원전 장악 시도를 알리며 “이는 유럽 전체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비난했다.

러시아군과의 교전 과정에 원전이 일부 피격되는 일도 벌어졌다. 체르노빌 원전에 정통한 소식통은 AP에 “방사능 폐기물 저장소가 러시아의 포격에 맞아 방사선 수치가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원전 인근에서 교전이 발생한 것을 규탄하며 군사 행동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핵시설의 안전한 운영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알리오나 셰브초바 우크라이나군 최고사령관 보좌관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원전을 장악한 러시아군이 민간인 직원들을 인질로 잡고 있다는 사실도 전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러시아군이 체르노빌 직원들을 인질로 잡았다는 소식에 분노한다”라며 “핵 시설을 유지하고 보호하기 위한 노력들을 방해할 수 있는 불법적이고 위험한 인질극에 크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1986년 폭발 사고가 일어난 체르노빌 원전은 현재까지도 반경 30㎞ 지역이 일반인 출입이 통제되는 ‘소개 구역’으로 지정돼 특별 관리되고 있다. 사고 당시 폭발했던 원자로 4호기에선 여전히 방사능이 유출되고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해 씌운 콘크리트 방호벽에 금이 가 붕괴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전쟁 과정에서 원자로의 냉각 펌프 전원이 끊기거나, 연료저장 탱크가 파손되다면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톤 게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부장관 고문은 “체르노빌에 대한 공격은 우크라이나, 벨라루스는 물론 유럽연합(EU) 국가들까지도 방사능 먼지를 퍼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군이 침공 과정에서 왜 체르노빌 원전을 일찍 장악했는지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다. 일각에선 러시아군의 침공이 시작된 벨라루스에서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까지 가는 최단 경로에 체르노빌이 위치하고 있어 전략적 목적으로 취했을 가능성을 거론했다. 미 정보당국 고위 관계자는 “체르노빌에 주둔하고 있는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전역의 다른 병력들과 연계해 원전에서 남쪽으로 130㎞ 떨어진 키예프에 진격할 계획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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