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진실 알리는 러시아의 레지스탕스 저널리즘

2022.11.23 16:44 입력 2022.11.23 16:52 수정

메두자 홈페이지 캡처

메두자 홈페이지 캡처

언론 보도가 제약된 러시아를 떠나 해외로 근거지를 옮긴 독립 언론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진실의 해방구 역할을 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22일(현지시간) 유럽 전역에 퍼져 있는 러시아 독립 언론인들이 레지스탕스 역할을 하면서 정부가 숨기려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진실을 폭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진짜 뉴스’를 찾는 러시아인들이 늘어나면서 러시아의 VPN 사용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세계 40위에서 세계 1위로 늘어났다. VPN은 인터넷 사용자의 위치를 조작해 정부의 온라인 검열을 회피하는 데 사용된다.

독립 언론인들은 대부분 라트비아 리가, 조지아 트빌리시, 리투아니아 빌니우스, 독일 베를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 유럽 곳곳에 흩어져 있다. 대부분 40세 이하 젊은 언론인들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탐사보도 매체 프로엑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소 500명 이상의 언론인들이 러시아를 떠났다.

독립 언론들은 러시아 관영 언론들이 전달하지 않는 사실들을 탐사 보도한다. 러시아어와 영어로 발행되는 메두자는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저질러진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과 용병 기업 와그너그룹의 수형자 모집 사실을 전했다. 펑크록 밴드 푸시라이엇 멤버들이 설립한 메디아조나는 러시아 징집병의 실제 규모가 알려진 것과 달리 30만명이 아니라 50만명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인사이더는 우크라이나 도시에 대한 미사일 공격에 관여한 러시아 엔지니어들과 프로그래머들의 명단을 공개했다. 인사이더 운영자 로만 도브로호토프는 “다른 나라에서는 탐사 보도가 죽어가고 있지만 러시아에서는 번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립 언론인들이 러시아 밖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건 푸틴 정권의 언론 탄압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독립 방송 TV 레인과 독립 라디오 에코 오브 모스크바는 우크라이나 침공 8일 뒤에 방송이 중단됐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드미트리 무라토프 편집장이 이끄는 노바야 가제타는 언론 규제기구 로스콤나드조르로부터 두 차례 경고를 받고 지난 3월 자체적으로 발행을 중단했다. 특히 지난 3월에 러시아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공격’이나 ‘침공’ 등으로 표현할 경우 최대 15년의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통과된 바 있다.

독립 언론들이 가장 많이 자리잡은 곳은 리가다. 도이체벨레(DW)는 리가는 러시아 망명 언론인들의 새로운 고향이라고 지적했다. TV 레인과 노바야 가제타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리가에 자리를 잡았고, 메두자는 2014년 설립 당시부터 리가에 본사를 뒀다.

재정 문제는 이들 독립 언론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러시아 기업의 광고는 물론이고 유튜브를 통한 수익 확보도 서방의 대러 제재로 인해 쉽지 않다. 크라우드펀딩이나 유료 구독도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러시아 내 거래를 중단해 불가능에 가깝다. 이 때문에 독립 언론들은 외국 자선단체의 도움에 기대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취재원들이 러시아 당국의 위협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취재에도 일정한 제약이 있다.

메두자 편집장 이반 콜파코프는 이코노미스트에 “오늘날 우리의 직무는 살아남아서 독자들이 질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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