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법원 ‘글로리 투 홍콩’ 금지에…미 “홍콩 명성 침해”

2024.05.09 13:03 입력 2024.05.09 16:34 수정

2020년 5월 홍콩 시민들이 ‘글로리 투 홍콩’을 부르는 장면./AFP연합뉴스

2020년 5월 홍콩 시민들이 ‘글로리 투 홍콩’을 부르는 장면./AFP연합뉴스

홍콩 법원이 반정부 시위 때 불리는 저항가요 ‘글로리 투 홍콩(Glory to Hongkong·영광이 다시 오길)’을 금지한 판결에 따라 당국이 온라인 플랫폼에 해당 곡의 서비스 금지를 요구했다. 해당 판결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국제 관문도시로서 홍콩의 위상이 추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홍콩 항소법원이 ‘글로리 투 홍콩’을 금지한 것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표현의 자유를 포함한 홍콩 인권 및 근본적 자유 보호의 계속된 잠식에 대해 여전히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노래를 금지한 결정은 ‘정보와 생각, 상품의 자유로운 교류를 보호하는 독립적인 사법부를 가지고 있다’고 자부했던 도시(홍콩)의 국제적인 명성에 타격을 입혔다”고 말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앞서 판결을 두고 “누구든 이 노래를 사용하여 분열을 선동하고 국가를 모욕하는 것을 막는 것은 시의 국가 안보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조치”라고 논평했다.

홍콩 항소법원은 전날 ‘글로리 투 홍콩’을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곡으로 지정하라는 홍콩 법무부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1997년 영국이 홍콩을 중국에 반환한 이후 홍콩에서 노래가 금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리 투 홍콩’은 작자 미상 노래로, 2019년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 때 많이 불렸다. ‘자유는 다시 오길’, ‘시대 혁명’ 등 홍콩 독립 지지 가사가 담겼다. 이 노래는 최근 몇 년간 각종 국제 스포츠 행사에서 홍콩 국가로 잘못 알려져 연주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글로리 투 홍콩’을 분리·독립을 선동하는 노래로 간주하고 있다.

홍콩 법무부는 지난해 6월 선동적 의도를 갖거나 다른 이들에게 독립을 부추기려 하는 자가 ‘글로리 투 홍콩’을 연주, 재생산하는 것을 금지해달라는 신청을 고등법원에 제기했다. 홍콩 보안법에 따르면 홍콩의 분리·독립을 선동하면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고등법원은 홍콩 법무부의 요청을 기각했지만 항소법원은 다른 결정을 내렸다. 항소법원의 제러미 푼 판사는 “우리는 기소만으로는 심각한 범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분명히 적합하지 않으며 (구글·스포티파이 등) 해외 사업자에게 곡의 퇴출을 요구하려면 금지 명령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행정부의 평가를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홍콩 시민들이 ‘글로리 투 홍콩’을 부르는 것은 기존 홍콩 보안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 있지만 해외 기업의 서비스를 막으려면 법원의 판결이 있어야 한다는 정부 요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사이버 보안 감시 단체인 ‘더 시티즌 랩’의 연구원 로크만 추이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발언을 검열하거나 침해하려면 의도와 피해를 입증할 수 있어야 하며, 제안하는 구제책이 최소한도로 제한된 것이라는 점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며 법원이 이 노래를 국가 안보에 대한 정당한 위협으로 묘사한 것은 잘못됐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구글은 AP통신에 보낸 e메일에서 “법원의 판결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스포티파이와 애플은 즉각 논평을 하지 않았다. AP통신에 따르면 8일 오후 기준 홍콩 스포티파이와 애플뮤직은 영어와 광둥어로 된 ‘글로리 투 홍콩’을 제공하고 있다. 유튜브에서도 관련 영상이 검색된다.

워싱턴에 본사를 둔 비즈니스 및 정책 컨설팅 회사인 ‘더 아시아 그룹’ 디지털 실무 공동 회장 조지 첸은 구글이 홍콩 당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이 실용적인 선택이 되겠지만 “사람들은 홍콩의 인터넷이 앞으로 얼마나 자유로울지 걱정하고 있다”며 “금지가 새로운 표준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AP통신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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