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이슬람과 서구 분쟁 원인은 종교가 아닌 정치

2017.05.19 20:28 입력 2017.05.19 20:33 수정

어떻게 이슬람은 서구의 적이 되었는가

타마라 손 지음·김문주 옮김 |시그마북스 | 164쪽 | 1만2000원

[책과 삶]이슬람과 서구 분쟁 원인은 종교가 아닌 정치

이슬람은 서구 세계의 적인가? 이 책이 처음부터 던지는 질문에 대다수의 사람은 어떻게 답변할까. 국제 뉴스를 통해 극단적 테러사건을 오랫동안 접해왔던 사람들은 아마 반사적으로 이슬람을 떠올리며 서구 세계의 적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사안을 분석하고 조망하는 데 있어서 서구 중심의 시각에 많이 노출돼 왔기 때문일 것이다. 조지타운대에서 이슬람 역사를 가르치는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며 서구사회에 만연한 고정관념을 벗겨내고 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모든 테러의 문제를 이슬람의 문제로 바라보도록 일조한 것은 새뮤얼 헌팅턴이나 버나드 루이스처럼 사회적 영향력이 큰 학자들이었다. 물론 이슬람이 서구 국가에 대한 적대감을 형성하는 토대라고 보는 관점은 테러리즘이 본격적으로 발흥하기 이전부터 꾸준히 있었다. 윈스턴 처칠은 19세기 후반 인도에서 대영제국에 맞서는 전사들을 보며 다른 정치적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그들의 종교가 살육을 저지르도록 이끌고 독려한다”고 봤다. 이 같은 고정관념은 서구사회에 퍼졌고 급기야 헌팅턴은 서구의 지배적 종교인 기독교 외에 다른 종교들은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는 주장까지 내놓으며 민주화될 가능성이 가장 낮은 종교로 이슬람을 언급했다. 헌팅턴의 이른바 ‘문명충돌론’은 서구와 무슬림 사회의 분쟁을 설명하는 프레임으로 고착화됐다.

저자는 이 같은 인식과 고정관념이 서구와 이슬람의 갈등을 숙명적인 것으로 여기게 함으로써 올바른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을 차단한다고 지적한다. 그 근거는 세계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대다수 무슬림들이 테러리즘을 배격한다는 사실이다. 또 테러리즘은 이슬람 율법에서도 엄격히 금지하는 범죄다. 이슬람국가, 알카에다, 보코하람과 같은 극단적 무슬림 테러조직이 갖고 있는 서구를 향한 적대감과 폭력의 근원은 종교가 아닌 정치적 갈등에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분쟁의 원인이 종교 때문이라는 고정관념은 기존 서구사회의 편견과 맹목적 대응 때문이기도 했지만 종교를 분노와 증오를 조직화하는 수단으로 삼으려는 테러조직이 이를 확대·재생산한 데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썼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